[천자칼럼] NLL과 연평해전

입력 2013-06-25 17:36   수정 2013-06-25 21:12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한·일 월드컵 3·4위전(한국-터키)을 앞둔 2002년 6월29일 오전 10시. 북한 함정 등산곶 684호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 3년 전 1차 연평해전에서 반파돼 달아났던 바로 그 배였다. 한국 해군 참수리 고속정 357호가 경고방송을 거듭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국 해군이 밀어내기 작전에 나섰다. 그 순간 북한군의 함포가 불을 뿜었다.

참수리 고속정을 지휘하던 정장 윤영하 대위가 갑자기 뒤로 탁 넘어졌다. 부정장 이희완 중위가 총상으로 한쪽 종아리를 잃은 상태에서 지휘를 맡아 반격에 나섰다. 아군 함정에 불길이 솟았다. 피를 흘리면서도 키를 붙잡고 있던 조타장 한상국 하사가 또 총에 맞았다. M60 기관총으로 응사하던 기관실 엔진담당 서후원 하사가 쓰러졌다. 발칸포로 응전하던 황도현 하사도 전사했다.

진급을 불과 이틀을 앞둔 한상국 하사는 신혼 6개월의 새신랑이었다. 침몰한 배와 함께 40여일 후 발견된 순간까지도 그는 키를 붙잡고 있었다. 30여분간 이어진 이 교전으로 우리 해군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했다. 북한군 사상자는 30여명이었다.

그러나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전사자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고, 월드컵 결승전(브라질-독일) 경기를 보러 일본으로 출국해 비난을 받았다. 김 대통령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6·15공동선언을 발표한 뒤 “앞으로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한 지 2년 만의 전쟁이었다. 남북 화해 무드 조성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고 자랑한 것도 불과 2년 전이었다.

NLL은 1953년 정전협정 때 설정된 해상경계선이다. 북한은 20년 간 별 말이 없다가 1973년부터 이의를 제기해왔다. 김 전 대통령 취임 다음해 1차 연평해전을 촉발한 뒤에는 아예 서해 5도를 북측 수역에 포함시키면서 “NLL은 무효”라고 단언했다. 이후에도 NLL을 무력화하려는 북한의 시도는 계속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은 바꿔야 한다”고 말한 대화록이 공개되자 온나라가 들끓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간 북한에 69억5950만달러(약 8조원)를 퍼준 대가가 이런 것이냐는 탄식도 터져나온다. 같은 기간 중국이 북한에 준 19억달러의 3.7배에 달하는 돈을 주면서도 우리 영토를 내주고 핵개발까지 방조했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개봉될 영화 ‘NLL-연평해전’의 제작비를 지원하기 위해 해군뿐만 아니라 시민들까지 모금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11년 전 그날을 생각한다. 지금도 서해는 기억하고 있다. 죽어서도 키를 놓지 않고 끝까지 나라를 지킨 새신랑의 최후를….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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