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발전소 온실가스 규제하겠다"

입력 2013-06-26 17:05   수정 2013-06-28 09:03

의회승인 없이 행정명령 동원…中과 기후변화 공동대응 가능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미국 내 모든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25일(현지시간) 내놨다. 친환경 에너지업계와 환경론자들은 환영했지만 제조업체는 전기요금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반발했다. 공화당도 “일자리를 죽이고 경제를 망치는 일”이라며 비난했다.

오바마가 이날 워싱턴의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내놓은 기후변화 대응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온실가스 규제,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글로벌 리더십 발휘 등이다. 이 가운데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의회 승인을 받지 않고 행정명령을 통해 시행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발전소는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오바마는 “발전소가 무한정으로 온실가스를 뿜어내고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아버지로서, 미국 시민으로서 말하건대 우리는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 환경보호청은 몇 달 내로 새로 짓는 발전소와 기존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또 캐나다 앨버타의 원유를 텍사스주로 수송하는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사업(총연장 2736㎞)도 온실가스 추가 배출이 없어야 승인하겠다고 말했다.

미 연방정부가 발전소의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규제가 시행되면 석탄화력발전소의 3분의 1가량이 문을 닫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토머스 깁슨 미국 철강협회장은 “전기요금이 올라 기업들의 대외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의 규제는 발전업계를 죽이고 좋은 일자리를 잃게 하며 전기요금을 인상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원자력과 천연가스 부문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WSJ는 정치권의 반발과 발전업계의 법정소송 준비 등으로 인해 이번 규제가 실행에 옮겨지기까지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오바마의 이번 연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온실가스인 수소불화탄소(HFC·냉장고 냉매로 사용)의 생산 및 소비를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합의한 지 2주일 만에 나온 것이다. 중국은 지난 18일 선전에서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을 열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나란히 자국에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꺼내 들었다”며 “두 강국이 글로벌 차원에서 공동의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는 이번 연설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기준으로 2020년까지 17% 줄이겠다는 계획도 재확인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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