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군 도약 '軍 3.0 시대'] 5년이상 복무 전역장교, 10명중 4명만 취업 … 美·日의 절반

입력 2013-06-26 17:10   수정 2013-06-27 03:17

제대군인의 취업난

대부분 2~3명정도 뽑아
기업, 軍경력 인정 미흡
가산점 등 우대정책 필요



강원 고성에서 보병 중대장으로 근무한 예비역 대위 박모 씨(33)는 2011년 6월 전역한 뒤 1년6개월가량 ‘백수’의 설움을 겪었다. 당초 박씨는 직업군인이 되기 위해 장기복무를 꿈꿨다. 그렇지만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제대를 결심했다. 전역 1년 전부터 서울 모 대학 경영대학원까지 틈틈이 다니며 사회생활에 뛰어들 준비를 했지만 취업의 벽은 너무 높았다.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군 특별전형이 있는 100여곳에 지원서를 내며 분주히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최종 합격 통지서는 어느 곳에서도 받지 못했다. 박씨는 결국 올해 초 특별전형이 아닌 일반전형으로 한 회사 관리직종에 지원해 가까스로 합격했다. 그는 “만기전역이나 진급 누락, 장기복무 포기 등으로 나온 주위 40대 영관급 간부 전역자들은 나보다 더 설 자리가 없다”고 털어놨다.

장교 출신 전역군인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관급 이상은 계급별로 정년이 정해져 있어 일정 인원은 반드시 강제전역할 수밖에 없다. 이들을 위한 재취업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가보훈처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이상 군 복무 뒤 전역한 간부들의 취업률을 조사한 결과 2007년 64.6%에서 2011년 41.3%로 매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누적치를 보면 제대 간부 2만9090명의 55.9%인 1만6269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이는 일반 남성의 고용 수준인 69.8%보다 낮고 일본(97%) 미국(95%) 영국(94%) 프랑스(92%) 등 선진국 전역군인 평균 취업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업마다 군 특별전형이란 제도를 활용하고 있지만 높은 인건비 때문에 한두 명만 뽑는 곳이 대부분이다.

기자가 만나본 군 장교 출신 전역자들은 한결같이 기업에서 군복무 경험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장기복무를 생각하며 야전전투부대 소대장을 맡다 2008년 6월에 학군장교로 전역한 최모 씨(32·A기업 2년차)는 “소대원을 지휘했던 장교보다 영어를 잘하는 카투사나 행정처리 능력을 키운 구청 공익근무요원 출신을 찾는 기업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기업에는 전역장교 취업우대 전형이 별도로 있지만 유통이나 영업, 보험직군에 한정돼 있고 대부분 생색내기 식으로 2~3명 뽑는 실정이다. 특히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마케팅 홍보 재무직군에서는 전역장교 특별전형이 거의 없다.

중위 이하 장교들에 비해 대위나 소령, 중령 출신 전역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대부분 관리직종을 선호하지만 이 분야는 워낙 선발 인원이 적다. 기업 입장에선 군 경력을 감안해 연봉을 책정해야 하는 만큼 고용을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중대장이나 대대장급 장교들은 단기전역 장교보다 취업준비를 위한 시간도 부족하다. 한 대위 출신 전역자는 “예비 전역장교 사이에선 전역 수개월 전부터 각종 자격증과 어학공부 등 스펙을 쌓기 위해 일부러 지휘관 직책을 안 맡고 행정장교나 보급장교를 택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장기복무 제대군인에게 전직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취업을 돕는 내용이 담긴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나서서 실질적인 우대의 문을 넓혀주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역군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육군 소령 출신인 이모 씨(41)는 “전역이 곧 실업으로 연결되는 현실을 보면서 처음 품었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사라지는 것 같다”며 “대통령과 국회도 최근 전역군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과연 얼마나 지켜질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떨궜다.

또 다른 전역 간부는 “여성고용할당제로 여성은 오히려 대우받지만 장교들은 월급을 받고 일했다는 이유로 물리적인 가산점조차 받지 못한다”며 “6월 임시국회 때 처리가 무산된 군가산점 추진 과제가 국회에서 재논의될 때 장기근무한 전역군인을 위한 가산점이나 취업우대 방안도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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