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홍요섭 씨 "여유 가지려 볼마크는 1~2㎝ 뒤에…욕심 버리니 무릎 부상에도 이븐파"

입력 2013-06-26 17:27   수정 2013-06-28 09:03

골프로 배우는 인생 - '연예계 최고수' 배우 홍요섭 씨

美 코치 조언에 눈 떠
상대에게 양보하는 여유…자연스런 스윙으로 연결

쇼트게임에 집중하라
어프로치, 퍼팅하듯 스윙…퍼팅은 1~2㎝ 앞을 치듯



“나이 60이 다 돼가니 철이 드나봅니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멘탈이 강해지고 공이 더 잘 맞더군요. 지난주에 백티에서 쳤는데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이븐파를 기록했죠.”

골프 구력 29년의 중견 배우 홍요섭 씨(58·사진)는 골프를 치면서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 아등바등하기보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월 막을 내린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연기를 펼쳤던 그를 서울 대치동의 석교상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홍씨는 투어스테이지의 골프용품을 수입하는 석교상사 전무이기도 하다.

홍씨는 연예계 최고수 골퍼로 손꼽힌다. 그는 “1980년대 중반 나이 서른에 형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았다”며 “1990년대에는 75타에서 90타까지 들쑥날쑥한 스코어를 내는 ‘얼치기 싱글’이었다”고 회상했다.

홍씨의 골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은 2002년 미국에서 1년 동안 레슨을 받으면서부터다. 시니어투어에서 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플로리다주 템파베이로 건너가 한 코치를 만났다. 그 코치가 홍씨의 골프 철학을 바꿔놨다.

“나이 지긋한 코치가 그린에서 볼마크를 볼의 위치보다 1~2㎝ 뒤에 놓으라고 조언하더군요. 악착같이 마크를 몇 ㎜라도 앞으로 밀려고 하는 것보다 마크를 뒤에 놓으면 상대방에게 여유로운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거죠. 그 여유가 퍼팅할 때 자연스러움으로 연결돼 스코어를 줄일 수 있게 됐어요. 멘탈 경기인 골프에서 양보하면 스윙이 더 자연스러워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스코어도 많이 줄었죠.”

욕심을 버리는 것도 배웠다. 그 코치는 전장 360야드 미만의 홀에선 드라이버를 꺼내지 말고 3번 우드를 꺼내라고 했다. 홍씨는 “드라이버를 잡아서 크게 빗나가기보다 거리 욕심을 버리고 우드로 정확하게 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조언을 받았다”며 “지금도 라운딩에 나가면 이 원칙을 꼭 지킨다”고 했다.

홍씨는 미국에 다녀온 뒤 2004~2006년 평균 4~5언더파를 치는 고수가 됐다. 베스트스코어는 레이크사이드CC 서코스에서 친 9언더파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시니어투어에서 2년 동안 뛰었던 실력파다. 그는 “무릎 부상이 심해져 2008년 십자인대 수술을 받은 뒤 4년 남짓 골프를 쉬었다. 그 다음부터 스코어에 집착하기보다 주변 사람들과 즐기면서 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아마추어 골퍼를 위해 홍씨는 “어느 정도 자신의 스윙이 갖춰진 골퍼라면 스윙 연습에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여유롭게 마음먹고 퍼팅, 어프로치샷 등에 집중하면 5타 정도는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홍씨는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샷을 날릴 때는 피칭이나 9번 아이언으로 퍼팅하듯 스윙하면 공을 정확하게 보낼 수 있다”며 “퍼팅을 할 때는 공보다 1~2㎝ 앞 잔디에 공이 있다고 생각하고 치면 지나가는 스트로크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젊었을 때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정도로 등산을 좋아했던 홍씨는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스쿠버 다이빙에 빠져 스쿠버 다이빙 가이드로 괌, 팔라우, 피지 등 전 세계 바닷속을 누비기도 했다. 무릎 수술 이후 재활 목적으로 시작한 승마에 빠져 최근엔 말과 교감할 정도가 됐다.

“드넓은 바닷속을 누비고 말과 교감하다보면 대자연 앞에 인간의 존재가 미미하게 느껴집니다. 골프에서 1타 줄이려고 하고, 사업에서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했던 욕심을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되더군요. 이젠 제가 모든 일을 주도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찾게 됐습니다. 이제야 철이 든 거죠.”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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