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의 특성 충분히 파악…개인별 기여도 측정 통해 승진·보상 등 인센티브 부여를
컬래버레이션이 대세다. 서로의 장점만을 취하는 협업으로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협업이 과연 만병통치약일까. 여러 장점들이 있겠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바로 다른 사람들의 성과에 묻어가는 무임승차자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무임승차자들은 사회적 태만이라는 인간의 성향과 깊은 관계가 있다. 사회적 태만이란 혼자 일할 때보다 여럿이 같이 일할 때 노력을 덜 들이는 사람들의 성향을 일컫는다. 막시밀리앙 링겔만이라는 프랑스 엔지니어가 처음 발견, ‘링겔만 효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링겔만은 말들의 능력을 연구하다가 두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의 힘이 한 마리의 말이 끄는 힘의 두 배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발견하고는 사람들도 그런지 궁금해 했다. 링겔만은 여러 명의 남자들에게 하나의 밧줄을 끌게 하고는 그 힘을 측정했다. 그 결과 두 명이 같이 밧줄을 끌 때 한 사람이 발휘하는 힘은 혼자서 끌 때의 93%에 불과하며, 세 명이 끌 때는 83%, 여덟 명이 끌 때에는 49%의 힘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할 때 자기가 가진 힘을 다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사람들은 왜 이처럼 사회적으로 태만한 행동을 할까. 링겔만의 실험이 있은 지 50년이 지난 1979년에 밥 라타네라는 심리학자는 다른 방식의 실험으로 사회적 태만의 원인을 찾아보았다. 라타네는 소리 측정 실험을 하면서, 남자 대학생 108명을 세 집단으로 나눠 각기 다른 설명을 들려줬다. 첫 번째 집단에는 혼자서 소리지를 때는 소리 크기 측정이 가능하지만 여러 명이 함께 소리지를 때는 개인별 목소리 크기를 측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집단은 혼자의 경우는 물론 집단으로 소리를 지를 때에도 개인별로 목소리 크기를 측정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세 번째 집단에는 반대로, 집단은 물론 혼자서 소리를 지를 때도 목소리 크기를 측정하지 않는다고 알려줬다. 대학생들은 눈이 가려지고 귀에는 소음헤드폰을 착용한 상태에서, 혼자서나 2명 혹은 4명이 같이 소리를 지르게 했다. 실험에는 실제로는 혼자지만 다른 학생들과 같이 소리를 지른다고 믿는 상황도 포함했다.
실험 결과는 몇 가지 흥미로운 심리적 사실을 알려준다. 대학생들은 개인별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상황에서는 눈에 띄게 소리를 작게 질렀다.
흥미를 끄는 부분은 혼자 소리지를 때만 측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던 첫 번째 집단이다. 첫번째 집단은 두 명이 소리를 지르는 상황에서는 아예 소리를 측정하지 않겠다고 말한 세 번째 집단과 비슷한 정도의 크기로 소리를 냈다. 하지만 네 명이 소리를 지르는 상황에서는 세 번째 집단보다도 더 작은 소리를 냈다. 현실과 가장 비슷한 상황인 첫 번째 집단에서 사회적 태만이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난 것이다. 이 실험은 집단 속에서 개인의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는가가 사회적 태만이 나타나는 핵심 조건임을 알려준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사회적 태만이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의 정도를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여러 실험에서 보여준 것처럼 사회적 태만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회적 태만이 있을 것이라는 부분에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런 가정 하에서라면 기업 조직 규모가 커질수록 사회적 태만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조직이 점차 세분화되지만 각 조직들의 기여도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나아가 개인의 기여도를 명확히 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사회적 태만은 두드러진다. 조직이 커질수록 무임승차자들이 증가하기 쉬운 것이다.
사회적 태만을 막는 방법은 없을까. 실험에서 보았듯 사회적 태만은 집단 속에서 개인의 기여도를 측정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 따라서 사회적 태만을 막으려면 성과평가시 개인별로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승진과 보상체계에서도 개인별 성과에 따라 개인별로 다른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무임승차자들의 출현은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개인별 인센티브가 무조건 정답이라는 말은 아니다. 특히 개인 간, 부서 간 이기주의가 팽배해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는 기업에서는 부서나 회사 전체의 이익으로 보상을 제공하는 집단 인센티브 제도가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중요한 것은 부서 이기주의든, 사회적 태만이든 기업의 상황과 조직원들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기억하자. 개인이 집단 속에 숨을 수 있을 때 사회적 태만이 생긴다. 조직 내 무임승차자들이 자꾸 보인다면, 집단 속에서 개인 한 명 한 명을 드러내는 조처가 필요한 때라는 신호다.
이계평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 車 타는 맛 알아야 만든다…진짜 핸들 잡는 '잡초' 카레이서…끊임없는 '가이젠'으로 부활 액셀
▶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이슬람 지도자
▶ 국제무역 이익 둔화…오거나이징·식량개발 등 사업 다각화해야
▶ [Next Week 경제·경영 세미나] 7월3일(수) ~ 7월4일(목)
▶ 정인수 동인기연 사장, 고급 하이테크 등산배낭…美·캐나다·스위스업체서 '러브콜'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