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동북아 평화협력 공감대 형성했지만
'북핵 불용' 명문화 관철 못해…탈북자 시각차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7일 첫 정상회담은 두 차례로 나뉘어 진행됐다. 첫 회담은 두 정상만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인 북한 비핵화 방안을 포함한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됐다. 두 번째 회담에선 양국 실무진이 배석한 가운데 경제 사회 문화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두 정상은 3시간에 걸친 회담을 마치고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은 양국 관계 발전 방향 등을 담은 본문(6쪽)과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적시한 부속서(11쪽)로 구성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본문 외에 액션플랜을 담은 부속서를 발표한 것은 과거 정상회담에서는 없었던 일”이라며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朴 ‘북핵’, 시 주석 ‘한반도 비핵화’
한·중은 최근 수차례의 당국 회동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핵 불용’에 대해선 우회적으로 촉구해왔다. 중국 측이 북한의 핵 보유 불인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북핵 불용’ 원칙을 공동 성명에 명기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최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 변화를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중국 측이 일부 난색을 표하면서 성명에는 ‘한국 측이 북핵 용인 불가원칙을 분명히 했다’고만 적시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핵’이라고 언급한 반면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로 표현, 시각 차를 드러냈다.
공동성명에 핵 문제와 관련,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아닌 ‘유관(관련 국가) 핵무기 개발’로 우회적으로 표현돼 주목된다. 이와 관련,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유관’은 북한을 지칭한 것으로 결국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중국에 대해서도 위협이 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이라며 “과거 어떤 경우에도 없었던 표현인 데다 이전 정상회담 때보다 훨씬 강한 것으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 보유는 용인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북핵 불용’ 문구가 명시되지 않은 데 대해 한국 정부의 목표에 못 미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흥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은 북한을 지나치게 구석으로 모는 표현은 피했다”고 평가했다.
탈북자 문제와 관련, 시 주석은 “한국의 관심을 잘 고려할 것이지만 중국의 애로사항도 더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지지
두 정상은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지만 대화의 문은 열어놓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을 설명하자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구상을 적극 환영하고 남북 관계 개선과 긴장 완화를 위해 한국 측이 기울여온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중요성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남북 간 당국 대화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또 박 대통령이 제시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동북아 국가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후 변화와 대테러 대응 등에 대해 우선 협력하고 이를 토대로 대화의 폭을 넓히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한·중 관계가 경제 분야에 비해 정치ㆍ외교 관계가 미흡했던 정냉경열(政冷經熱)이었다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는 물론 정치도 뜨거운 정열경열(政熱經熱) 관계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보실장-국무위원 대화 채널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두 나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기 위해 정상급은 물론 실무급의 ‘다각적이고 중층적인 대화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한국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의 국무위원 간 대화 채널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베이징=정종태 기자/김태완 특파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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