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7000명·전국 40개 지역방…매주 1회 정모…필드 월례회도
지난 27일 저녁 경기 파주시 운정동 운정제일스크린골프장. 퇴근 시간이 지나자 골프백을 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공이 스크린의 막을 때리자 화면 위의 공은 페어웨이 한가운데 안착했다. “굿 샷”이라는 환호 속에 스크린골프 동호회 ‘스크린번개’의 즐거운 라운딩이 시작됐다. 회원 수 7000명인 스크린번개의 40개 지역방 가운데 고양·파주 지역방의 정기모임(정모)이다.
스크린골프 동호회의 정모도 필드에서 만나는 모임과 다르지 않았다. 골프화를 갖춰 신은 회원들은 자신의 클럽을 꺼내 들고 동반자들에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며 정모를 시작했다. 골프 경력 2년의 회사원 홍상희 씨(34)는 “회사 사람들과 스크린골프를 치다가 동네에서 잘 치는 분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올해 초 동호회에 가입했다”며 “퇴근 후 편한 사람들과 언제든 골프를 칠 수 있는 즐거움에 중독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설렁설렁 봐주면서 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경기 포천시에서 ‘숲펜션’을 운영하는 김서연 씨(34)는 “친구들끼리는 재미만 생각하고 치지만 여기선 골프 고수가 많아 치열하게 실력을 겨뤄볼 수 있다”며 “그 매력에 빠져 차로 1시간이 넘는 거리인데 매주 고양·파주 정모에 빠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스크린번개는 지난해 1월 스크린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번개 모임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스크린번개를 네이버 카페에 개설한 카페 매니저 김동현 씨(37·자영업)는 “스크린골프를 치고 싶은데 친구들은 멀리 살아 아쉬웠다”며 “지역별로 모임을 활성화해 집 근처에서 골프를 편하게 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동호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국에 서울 강남·서초, 은평·서대문, 김포, 대전, 울산 등 지역별로 40개의 방이 있다.
처음엔 회원들끼리 친목 차원의 번개 모임을 갖다가 활성화된 지역방은 1주일에 한 번씩 정모를 갖는다. 김씨는 “회원 수가 늘면서 한 달에 한 번은 강남의 스크린골프장에서 전국 정모를 한다”며 “올해부터는 필드에 나가서 실력을 겨루는 필드 월례회도 열고 있다”고 했다.
가장 활성화된 지역방인 고양·파주의 경우 운정신도시에 있는 운정제일스크린골프장에서 매주 1회 정모를 한다. 회원들의 직업이 자영업부터 회사원까지 다양해 정모 시간을 오후 3시, 7시, 9시로 나눴다. 누구나 편한 시간에 참석하면 된다. 송진홍 고양·파주 지역장(39)은 “우리 지역방 회원 300여명 가운데 50여명은 정모 외에 1주일에 두세 번씩 라운드를 할 정도로 적극적”이라며 “40대를 중심으로 30대 초·중반 회원도 많아 골프가 대중화됐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날 고양·파주 정모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스크린골프계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크린골프 퀸’ 최예지 선수(18)였다. 국내 스크린골프투어인 G투어에서 지난해 상금왕에 오른 최 선수는 이날 회원들과 함께 라운딩을 하고 원포인트 레슨을 진행했다. 회원들은 최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싸인을 받으면서 즐거워했다. 원포인트 레슨을 받은 박지형 씨(42)는 “스윙이 뭔가 모르게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최 선수가 체중이동을 확실히 해보라고 조언해줘 많은 도움이 됐다”며 “최 선수의 시원시원한 스윙을 보고 그의 열렬한 팬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달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프로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는 최 선수는 “스크린골프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분들을 보고 놀랐다”며 “스크린골프를 잘하는 방법을 많이 물어보시는데 꾸준한 연습 외에 지름길은 없다”고 했다. 그는 “쇼트게임은 실제와 조금 달라 적응해야 하지만 샷은 실제보다 더 정교해야 한다”며 “샷은 드로나 페이드 등 자신만의 한 가지 구질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현 매니저는 “언제 어디서나 쉽고 싸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게 스크린골프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전국 7000명의 스크린번개 회원들과 함께 라운딩 한번 하지 않겠느냐”고 권했다.
파주=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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