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세계 여자프로골프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섰다. 63년 만의 대기록 달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세계여자골프랭킹 1위 박인비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서보낵CC(파72·6821야드)에서 열린 제68회 US여자오픈(총상금 325만달러) 3라운드에서 놀라운 퍼팅 실력을 선보이며 이틀 연속 단독 1위를 이어갔다.
박인비는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엮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출전 선수 68명 가운데 유일하게 언더파를 기록한 그는 중간합계 10언더파 206타를 적어냈다. 합계 6언더파 210타를 친 김인경(25·하나금융그룹)과 4타 차, 3위 조디 이워트 섀도프(잉글랜드·합계 3언더파 213타)보다 7타 앞선 1위다. 박인비는 마지막 날 김인경, 섀도프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라운드를 시작한다.
앞서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인비가 4라운드에서 1위를 지킨다면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가 세운 시즌 개막 후 3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앞으로 남은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과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캘린더 그랜드슬램(한 시즌에 4대 메이저대회 석권)’을 달성할 수 있다. 개인 통산 네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이자 박세리를 넘어서 미국 LPGA투어 한국 선수 시즌 최다승(6승) 기록도 세울 수 있다.
대기록을 눈앞에 둔 박인비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지난 3일 동안 했던 대로 4라운드에 임할 것이다. 물론 4라운드가 중요하긴 하지만 경기의 일부일 뿐이다. 기록에 대한 생각보다 경기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회가 열린 롱아일랜드 동부 해안가에 몰아친 강풍 때문에 3라운드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타수를 많이 잃은 가운데 박인비는 타수를 줄여 돋보였다. 2타 차 선두로 라운드를 시작한 박인비는 1~8번홀 연속 파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반면 경쟁자인 김인경은 첫 5홀에서 4타를 잃으며 내려앉았다. 박인비는 9번홀에서 버디를 기록, 10번홀에서 보기를 범한 2위 섀도프와의 차이를 5타로 벌렸다.
후반 들어 박인비는 11~13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흔들렸다. 합계 7언더파가 돼 2위에 3타 차까지 쫓겼다.
위기 상황에서 박인비는 그림 같은 퍼팅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그는 14번홀에서 까다로운 10.5m 내리막 퍼트를 정확하게 홀에 집어넣으며 버디를 성공시켰다. 내리막 경사에서 자칫하면 보기를 범할 수도 있었지만 떨지 않았다. 이어 15번홀에서는 6m 버디 퍼트까지 성공시키며 2위와의 차이를 다시 4타까지 벌렸다. 18번홀에서 김인경과 함께 버디를 잡은 박인비는 합계 10언더파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박인비는 “오늘은 핀 위치도 어려웠고 강풍까지 몰아쳐 아주 힘들었만 게임을 잘 풀어나갔다”며 “특히 3연속 보기 이후 퍼팅은 정말 잘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날 정신적인 압박이 심하지만 그동안 경험을 살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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