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동영상’ 파문의 핵심 인물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연수원14기)이 결국 경찰의 방문조사에 응했다. 건설업자 윤모씨(52)가 사회 유력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포함한 전방위 로비를 한 이 사건에 대한 경찰 내사가 수사로 전환된 지 101일 만에 조사에 응한 것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29일 오전 10시~오후 4시 6시간 동안 김 전 차관이 입원 중인 서울 한남동의 한 대학병원에 경찰 5명을 보내 방문조사를 벌였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김 전 차관은 성실한 태도로 조사에 응했으나 자신의 구체적 혐의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윤씨의 원주시 별장에서 자신들도 모르게 최음제를 투약받고 통제력을 잃은 일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를 받고 있다. 그는 윤씨에게서 성접대 등 로비를 받고 그가 얽힌 여러 건의 고소·고발 사건에서 처벌 수위가 낮아지도록 외압을 행사한 의혹도 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구두 통보를 포함해 모두 4회에 걸쳐 김 전 차관에게 소환 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했지만 김 전 차관은 맹장수술 등을 이유로 불응했다. 이에 경찰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소환 통보에 3회 이상 불응하면 체포해서라도 신병을 확보하던 관례에 따라 18일 김 전 차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 2항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할 수 있다.
검찰은 그러나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니 김 전 차관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영장을 재신청하라”며 체포영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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