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 도전의 현장'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내달 1일 브리티시오픈…'느린 그린' 적응이 관건
바람… 항아리벙커… 갈대밭…애증 엇갈리는 가혹한 코스
세계 프로골프계가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한 시즌 4대 메이저대회 석권(캘린더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 달성 여부를 놓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박인비는 다음달 1일 막을 올리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단추를 맞춘다.
대회장은 ‘골프의 발상지’로 불리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다. 전문가들은 올드코스는 ‘박인비를 위한 맞춤 코스’라며 사상 초유의 대기록 달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성급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인비 그랜드슬램 달성할 것”
미국 골프닷컴은 2일(한국시간) “출중한 퍼팅 실력을 갖춘 박인비가 올드코스에서 보비 존스, 타이거 우즈의 뒤를 밟아 역사적인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비 존스는 1930년 당시 4대 메이저대회(US오픈, US아마추어챔피언십, 브리티시오픈, 브리티시아마추어챔피언십)를 제패했다. 우즈는 2000년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 이어 이듬해 마스터스까지 석권하며 ‘타이거 슬램’(2년에 걸쳐 4개 메이저 연속 우승)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1986년 3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던 팻 브래들리(미국)도 “박인비가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인비는 “아무도 깨지 못한 역사를 쓰고 싶지만 코스에서 그랜드슬램을 생각하며 욕심을 내면 골프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세인트앤드루스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든 없든 훌륭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애증이 교차하는 가혹한 코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1873년부터 2010년까지 총 28차례 남자 대회인 브리티시오픈을 개최했다. 여자 대회 개최는 2007년 처음으로 허용됐고 올해가 두 번째다. 박인비는 2007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합계 3오버파 295타로 공동 11위를 했고,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합계 5언더파 287타로 우승컵을 안았다.
올드코스는 링크스코스 특유의 종잡을 수 없는 바닷바람이 분다. 매 홀 클럽 선택을 고심하게 만든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키 높이의 갈대밭이 기다리고 있고 페어웨이 한복판에 항아리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우즈는 올드코스를 보고 “처음 보는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다”고 말했으나 미국 PGA투어 최다승(88승) 보유자인 샘 스니드(미국)는 1946년 브리티시오픈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전하면서 “버려진 골프코스 같다”고 혹평할 정도로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의 사랑과 증오가 교차한다.
○타이거 우즈의 공략법 연구하라
2000년과 2005년 올드코스에서 브리티시오픈을 정복한 우즈는 누구보다 공략법이 해박하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2007년 우즈로부터 올드코스 공략법을 전수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소렌스탐은 우즈가 ‘올드코스에서는 되도록 왼쪽을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특히 먼 거리 퍼팅 연습을 많이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6~7ｍ 중거리 퍼팅의 귀재인 박인비에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우즈는 또 2010년 대회를 앞두고 “이 코스에서는 공을 원하는 곳에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장타 대신 정확도로 승부하는 박인비와 ‘찰떡궁합’인 셈이다.
박인비와 잘 맞지 않는 부분은 그린이 다소 느리다는 것. 퍼팅할 때 그린스피드를 중시하는 박인비는 빠른 그린을 선호한다. 골프닷컴은 “올드코스 그린이 느려 박인비가 얼마나 적응할지가 관건”이라며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퍼팅 실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평했다.
○한국인 회원 2명
올드코스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서 소유하고 있다. R&A는 1754년 출범해 259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함께 세계 골프 룰을 관장하는 공식기구로 골프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라 할 수 있다.
R&A에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셜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2명의 한국인 회원이 있다. 국내 최초의 회원은 허광수 회장의 선친인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으로 1982년부터 작고한 1999년까지 자격을 유지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 전인지, 기아차 한국여자오픈 1타차 선두
▶ 박인비, 메이저 2관왕 '시동'
▶ 태극낭자, US오픈 첫날 1~3위 '싹쓸이'
▶ 웨그먼스 1R, 우천으로 순연
▶ 박인비, 유소연 꺾고 시즌 5번째 우승컵…연장 첫홀 자로 잰 버디퍼팅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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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브리티시오픈…'느린 그린' 적응이 관건
바람… 항아리벙커… 갈대밭…애증 엇갈리는 가혹한 코스
세계 프로골프계가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한 시즌 4대 메이저대회 석권(캘린더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 달성 여부를 놓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박인비는 다음달 1일 막을 올리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단추를 맞춘다.
대회장은 ‘골프의 발상지’로 불리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다. 전문가들은 올드코스는 ‘박인비를 위한 맞춤 코스’라며 사상 초유의 대기록 달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성급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인비 그랜드슬램 달성할 것”
미국 골프닷컴은 2일(한국시간) “출중한 퍼팅 실력을 갖춘 박인비가 올드코스에서 보비 존스, 타이거 우즈의 뒤를 밟아 역사적인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비 존스는 1930년 당시 4대 메이저대회(US오픈, US아마추어챔피언십, 브리티시오픈, 브리티시아마추어챔피언십)를 제패했다. 우즈는 2000년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 이어 이듬해 마스터스까지 석권하며 ‘타이거 슬램’(2년에 걸쳐 4개 메이저 연속 우승)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1986년 3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던 팻 브래들리(미국)도 “박인비가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인비는 “아무도 깨지 못한 역사를 쓰고 싶지만 코스에서 그랜드슬램을 생각하며 욕심을 내면 골프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세인트앤드루스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든 없든 훌륭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애증이 교차하는 가혹한 코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1873년부터 2010년까지 총 28차례 남자 대회인 브리티시오픈을 개최했다. 여자 대회 개최는 2007년 처음으로 허용됐고 올해가 두 번째다. 박인비는 2007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합계 3오버파 295타로 공동 11위를 했고,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합계 5언더파 287타로 우승컵을 안았다.
올드코스는 링크스코스 특유의 종잡을 수 없는 바닷바람이 분다. 매 홀 클럽 선택을 고심하게 만든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키 높이의 갈대밭이 기다리고 있고 페어웨이 한복판에 항아리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우즈는 올드코스를 보고 “처음 보는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다”고 말했으나 미국 PGA투어 최다승(88승) 보유자인 샘 스니드(미국)는 1946년 브리티시오픈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전하면서 “버려진 골프코스 같다”고 혹평할 정도로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의 사랑과 증오가 교차한다.
○타이거 우즈의 공략법 연구하라
2000년과 2005년 올드코스에서 브리티시오픈을 정복한 우즈는 누구보다 공략법이 해박하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2007년 우즈로부터 올드코스 공략법을 전수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소렌스탐은 우즈가 ‘올드코스에서는 되도록 왼쪽을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특히 먼 거리 퍼팅 연습을 많이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6~7ｍ 중거리 퍼팅의 귀재인 박인비에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우즈는 또 2010년 대회를 앞두고 “이 코스에서는 공을 원하는 곳에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장타 대신 정확도로 승부하는 박인비와 ‘찰떡궁합’인 셈이다.
박인비와 잘 맞지 않는 부분은 그린이 다소 느리다는 것. 퍼팅할 때 그린스피드를 중시하는 박인비는 빠른 그린을 선호한다. 골프닷컴은 “올드코스 그린이 느려 박인비가 얼마나 적응할지가 관건”이라며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퍼팅 실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평했다.
○한국인 회원 2명
올드코스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서 소유하고 있다. R&A는 1754년 출범해 259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함께 세계 골프 룰을 관장하는 공식기구로 골프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라 할 수 있다.
R&A에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셜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2명의 한국인 회원이 있다. 국내 최초의 회원은 허광수 회장의 선친인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으로 1982년부터 작고한 1999년까지 자격을 유지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 전인지, 기아차 한국여자오픈 1타차 선두
▶ 박인비, 메이저 2관왕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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