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FTA 협상을 보면 정상회담이 종종 돌파구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중 FTA도 그동안 지지부진할 때마다 양국 정상들이 추진력을 불어넣곤 했다. 이번에도 박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협상이 진전되기 시작했다는 말이 들린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얼마 전까지도 양국 간 입장 차이가 크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던 협상이다. 쟁점들은 결코 타결이 쉽지 않다. 이런 협상이 하루아침에 급진전된다는 말이 나오니 어리둥절한 것이다.
중국은 한국이 비교우위를 갖는 주요 공산품을 대부분 민감품목으로 분류해 협상에 임하고 있다. 그런 중국이 자유화율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선회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우리로선 그만큼 선점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협상을 빨리 할 수 있다면 높은 수준의 FTA도 마다않겠다는 게 중국의 속내다. 최근 일본이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를 선언하자 중국이 더욱 초조감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작 문제는 우리다. 협상에서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양보는 없다. 중국이 민감품목을 철회하면 우리 쪽도 농수산물 같은 민감품목을 일정 부분 양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수입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이 90% 이상인 높은 수준의 FTA로 간다고 하면 중소기업의 희생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피해를 보는 당사자들이 반대할 것은 뻔하다. 그렇지만 이번 정부 들어 통상 기능을 넘겨받은 산업부가 얼마나 대비해왔고 한·중 FTA를 빨리 진행할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다. 정상회담 성과 내기에 급급해 협상을 서두른다는 인상을 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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