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에서 국내 매장 수 12개, 독일 등 해외진출 프랜차이즈 대표로 변신
대기업 저가 공세에도 굴하지 않고 '프리미엄 컵밥' 신념 지켜
여자, 30대, 두 아이의 엄마, 매장 수 12개 프랜차이즈 대표. 문정미 더컵 대표(35·사진)를 이러한 말들로 설명하기에는 좀 모자란 감이 있다. 다니던 직장에서 경직된 조직의 한계를 느끼고 과감히 일자리를 내던졌던 그가 갑자기 창업을 하게 된 데는 무언가 흥미로운 사연이 있을 듯 했다.
"대학을 다니면서 운 좋게 한 일본계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어요.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회사에 들어가서 일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죠. 그곳에서 일한 지 3년 정도 됐을 때쯤 남녀차별 문화, 남성을 승진에서 우대하는 등 더 이상 이 회사에서 내가 배울 것도, 클 수도 없다고 생각하고 과감히 사표를 썼습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된 거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는 문 대표는 곧바로 '참이맛감자탕'에 입사해 프랜차이즈 시스템이란 걸 처음 경험했다. 그 당시만 해도 프랜차이즈에 대한 개념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라 문 대표에게도 역시 생소한 시스템이었다. 매장에서 손님을 받고 계산을 하는 것에서부터 홈페이지를 꾸미고 가맹점주들을 관리하는 등 8년간 프랜차이즈 사업을 경험하다 보니 업계 생리에 대해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25살 때부터 감자탕 프랜차이즈 업체에 들어와 일을 시작한 거예요. 규모가 큰 기업이 아니다 보니 이 일 저 일 안 해본 일이 없었습니다. 일반 아르바이트 직원이 하는 일에서부터 임원들이 하는 일까지요. 그때 배운 노하우들을 지금 사업에서 다 써먹는 거죠."
2011년 문 대표가 33살이 되던 해 그는 과감히 '이사' 자리를 던지고 자기 일을 택했다. 그동안 줄곧 '외국인들에게 거부감이 없는 한식'에 대해서 고민해 왔다는 문 대표는 컵에 담는 밥을 떠올릴 수 있었다. 타깃층을 고려해 홍익대학교 근처에 직영 1호점을 내고 영업을 시작했지만 그가 고려하지 못한 게 하나 있었다.
"홍대는 눈 감았다 하면 코 베어 가는 곳일 정도로 트렌드가 빠르게 변해요. 당시에는 컵밥이 생소한 아이템이었는데 순식간에 '카피' 매장들이 생겼어요. 대기업에서도 유사제품을 저가에 쏟아 내놓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컵밥은 싸구려' 음식이란 이미지가 생긴 것도 문제였어요. 저가 제품으로는 롱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프리미엄 컵밥 전략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문 대표는 외국인이 봤을 때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한식을 만들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주변 경쟁 업체들의 저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밥을 볶을 때 치자열매를 사용해 영양을 강조하고, 조미료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게 더컵의 특징이라고 했다. 또 렌즈에 데워 먹는 사람들을 위해 밥을 한 번 더 볶아 내놓는 배려도 가미했다.
2년 전 처음 1호점을 오픈한 '더컵'은 현재 가맹점 11개와 더불어 전국에 총 12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20개까지 확장하는 것. 또 현재 말레이시아 독일 등에 마스터 프랜차이즈(MF) 형태로 진출해 있는 해외사업을 호주 중국 등으로도 넓힐 예정이다. 브랜드 론칭 3년 만에 3개 이상의 해외 국가에 진출한 것은 업계에서도 드문 사례.
평범한 회사원에서 매장 수 12개 프랜차이즈 대표로 변신한 그는 2030 예비 창업인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직접 일해본 뒤에 창업을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아이템이 좋다고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자기가 그것을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깨닫는 게 더 중요합니다. 창업을 하기 전에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의 일을 직접 경험해 보세요. 그래야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아닌지 알게 됩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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