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
미국 중앙은행(Fed)이 무기한 돈을 풀겠다고 공표한 지 약 반년이 지났다. 돈을 푼 영향인지 미국 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자 최근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양적완화를 서서히 멈추는 이른바 ‘출구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은 Fed의 출구전략이 시행되기 전부터 이미 반응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고, 여러 나라의 주가와 채권가격이 하락하며, 특히 신흥국으로부터의 자본 유출이 급격하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런 현상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미래에 대한 기대나 예상만으로도 변동해 지금 당장 가격이 변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동안 달러화 가치는 Fed의 달러 공급에 반응해왔다. 지난해 7월4일 달러당 원화 환율은 1136.5원이었는데, Fed의 양적완화로 지속적으로 하락(원화 가치 상승)해 올초 1056원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그러나 그후 급격히 상승해 지난달 24일에는 1163.5원까지 이르렀다. 불과 5개월여 만에 환율이 10%나 오른 것이다. 달러화 공급이 늘면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공급이 줄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유의할 점은 달러화 공급이 실제 감소하지 않았는데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급격하게 오른 사실이다. 이렇듯 시장의 공급과 수요는 기대만으로도 변동해 가격을 움직인다.
주가와 채권가격의 하락은 수요 감소로 설명할 수 있다. 주식이나 채권 발행, 즉 공급에 특별한 변동이 없을 때 이들의 가격은 수요에 의해 결정이 된다. 그간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에서 모두 돈을 풀었기 때문에 이렇게 늘어난 돈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각종 자산에 대한 수요를 부추겼다. 그러나 기업 실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리라는 기대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 Fed의 출구전략이 예상되자 바로 수요가 감소한 것이다. 특히 신흥국들에서 주가와 채권가격 하락이 극심했는데 그 이유는 애초에 이들 자산가격이 주로 외국 자본 유입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자본은 이동성이 뛰어난 까닭에 아주 작은 수익률 차이에도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 상품은 유통비용 때문에, 노동력은 이를 보유한 사람이 국경을 넘기가 쉽지 않아 이동에 제약이 있다. 하지만 자본에는 그런 제약이 거의 없어 신흥국 시장의 위험을 감안한 수익률이 미세하게라도 높거나 낮으면 일거에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지곤 한다. 신흥국들의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Fed의 출구전략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신흥국 통화로 투자된 자산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신흥국에서의 자본 유출이 급격하게 발생한 것이다.
출구전략 발표로 가속화된 이런 현상들로 인해 Fed의 결정이 시기상조라는 불만 섞인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언제가 가장 좋은 시기인지는 사전적으로 알 수 없고, 미국이 전 세계 경제를 살펴줄 수도, 그러길 바랄 수도 없다. 어차피 한 번은 닥칠 일이었으니 이참에 우리 경제의 맷집이 커지도록 더욱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더 나으리라.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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