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조정안 나왔지만…반쪽 법안 우려

입력 2013-07-03 17:35   수정 2013-07-03 22:24

鄭총리 중재 '김영란法' 원안에 가깝게 조정
직무 관련성 없으면 과태료 … 논란 이어질 듯



정부가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받아온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을 원안에 가까운 형태로 강화하기로 했다. 공직사회의 부패를 막기 위해 대가성 없는 금품수수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

그러나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모두 없는 이른바 ‘떡값’이나 ‘스폰서’ 관계에 의한 금품수수는 여전히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 국회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직무 관련성이 없는 금품 수수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가성 없는 금품수수 형사처벌

총리실은 3일 공직사회의 부패를 막기 위해 대가성이 없는 금품수수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 국민수 법무부차관과 회의를 하고 ‘부정청탁금지법’의 처벌조항을 이같이 조정했다. 조정된 법안에는 ‘직무와 관련해 또는 그 지위·직책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통한 금품수수는 대가관계가 없더라도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대가성이 없는 경우 그동안 과태료만 부과했는데 이번에 부정청탁금지법에 관련 조항이 마련됨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받은 금품의 5배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대가관계가 있으면 지금처럼 형법상의 뇌물죄로 처벌된다.

당초 권익위가 추진한 부정청탁금지법안에는 형사처벌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부처 협의과정에서 모든 금품수수 공직자를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제시돼 직무 관련을 불문하고 과태료(수수금품의 5배 이하)만 부과하는 것으로 완화됐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 총리가 과태료만 부과해서는 공직자들의 금품수수를 근절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법안을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에는 처벌 수위가 약하다고 보고 대가성이 없더라도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해 공직사회의 청렴성 기준을 높이겠다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스폰서’ 관행 형사처벌서 제외

이번 조정안은 그러나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 모두 인정되지 않는 금품수수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시켜 과태료 처분만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검사의 경우 친구나 동창으로부터 ‘스폰서’를 받으면 과태료 처분만 매길 수 있어 반쪽짜리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총리실은 그러나 스폰서라고 하더라도 향후 잠재적 대가를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경우 포괄적 뇌물죄로 간주, 부정청탁금지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떡값이나 전별금도 금품 제공자가 어떠한 관계나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형사처벌 여부가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스폰서 관계에 의한 금전수수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는 향후 판례에 의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형벌 규정 등 세부조항을 정비,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달 중 최종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입법예고 당시의 원안을 그대로 살린 의원입법안을 국회에 제출, 심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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