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국서 한국산 기계가 고전하는 이유

입력 2013-07-03 17:37   수정 2013-07-03 21:23

김대훈 상하이/산업부 기자 daepun@hankyung.com


“‘기계 한류’를 일으키려면 해외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해 제품을 알려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 중소기업들은 그런 끈기가 부족합니다.”

지난 2일 상하이국제공작기계전시회에서 만난 한국기계산업진흥회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전시회는 중국 기계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을 돕기 위해 8년째 열리고 있다.

올해 한국 참가업체는 106개로 두산인프라코어를 뺀 나머지는 중소기업이다. 그런데 100여개 업체 가운데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회 연속 참가한 곳은 절반 정도에 그쳤다. 나머지 절반은 모두 새로운 업체다.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하지 못하는 건 비용부담 탓이 크다. 하지만 전시회 참가를 지나치게 단기적인 안목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전시회에 참가한 중소기업인들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현대모비스, 만도 등에 자동화 설비를 납품하고 있는 세창인터내쇼널의 이태훈 사장은 “전시회는 한두 번 참가해서 효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며 “여러 번 지속적으로 참가해야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독일 완성차 업체에 납품할 수 있게 된 것도 전 세계 전시회에 10여차례 이상 꾸준히 참가한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기계 시장에서 ‘악전고투’ 중이다. 지난해 수출이 110억달러로 전년보다 12.6%나 감소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대만 기업들은 양안(兩岸)협정을 등에 업고 무(無)관세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부스를 화려하게 꾸몄다. 일본 기업들도 엔화 약세를 기회로 삼아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모리세이키 등 유명한 일본 공작기계 업체들이 수출 단가를 낮추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전시회에서 만난 독일인 수입상 에롤 우스타 씨는 한국 양산기공의 조선용 에어툴(공기의 힘으로 작동시키는 공구)을 살펴보더니 “가격에 비해 품질이 탁월하다”며 강력한 구매 의사를 표명했다.

기술력이 우수하다면 전시회 참가 등을 통해 해외 시장을 얼마든지 개척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사장은 “중소기업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뛰어난 제품력과 함께 끈기 있는 마케팅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훈 상하이/산업부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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