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모델 없었던 네이버, 포털1위 만든 원동력은 '한게임 합병'

입력 2013-07-04 15:30  

Let's Master - 인수·합병 전략 (1)

NHN의 성공비결
검색·게임 연계 서비스로 회원 늘리고 수익모델 창출…경쟁자 엠파스·야후 따돌려

우리나라 M&A 부진한 이유
기업을 '상품'으로 보기 보다 '자식'으로 여기는 경우 많아
인수합병 부정적 인식 강해…종합 지식 갖춘 전문가도 부족




국내 포털사이트 1위의 위상을 10년 넘게 지키고 있는 네이버의 성장 비결은 뭘까. 2000년대 초반 국내 인터넷 검색엔진 및 포털로 자리잡았을 당시 네이버(법인명 NHN)의 취약점은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당시의 네이버는 엠파스와 야후 등 뛰어난 인터페이스와 검색기술, 강력한 마케팅 파워를 지닌 경쟁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자들을 따돌릴 수 있었던 비결은 인수합병(M&A)이었다. NHN은 한게임과 합병했다. 네이버는 무료검색 서비스로 인한 손실을 한게임의 유료화를 통해 만회했다. 포털사이트로 유입한 회원을 한게임의 서비스로 연계, 안정적인 회원을 확보한 것은 기본이다. 커뮤니티를 구성해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 성장을 위한 선순환 구조도 일궈냈다.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보를 위해 M&A 전략이 더 유용했음에도 마케팅 경쟁에 주력하다 빛을 잃은 케이스도 있다. 아이리버와 삼성의 사례다. 2005년 국내 MP3플레이어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중소기업인 아이리버가 41%, 삼성 11%, 애플 9% 정도였다. MP3 시장이 세계적으로 성장하자 대기업인 삼성이 ‘옙(Yepp)’을 통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아이리버와 경쟁하기 시작했다. 막강한 자금력과 유통망 등을 보유한 삼성이 결국 국내시장을 장악했지만, 이 과정에서 두 회사의 경쟁으로 인한 손실도 만만치 않았다. 두 회사가 싸우는 사이 애플이 아이팟(iPod)을 내놓으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삼성의 마케팅 능력과 아이리버의 기술이 융합됐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M&A가 경제 생태계와 회사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M&A란 서로 다른 두 회사가 합쳐지는 것이다. 이중 합병(merger)은 피인수 기업의 주식이 사라지고 인수기업의 주식으로 대체되는 것을 의미하며, 인수(acquisition)는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의 주식이 둘 다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국정 브리핑에서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 간 M&A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찰력 있는 언급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는 M&A가 투자 회수의 출구전략이 되기 때문이다.

○M&A가 투자금 선순환 촉진

초기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투자 회수의 시점을 기업공개(IPO)를 통한 주식 상장 시점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그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 투자자의 발목을 잡는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환경에서는 창업부터 IPO까지의 평균 기간이 9~10년 걸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기간 안에 기업의 생존율이 3% 정도에 그친다는 사실이다. IPO 이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 중간 단계가 M&A다. M&A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고, 이 돈이 또다시 신생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투자자본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돼야 역동적인 기업문화를 일궈낼 수 있다.

M&A가 활성화되면 투자자의 시각에서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에도 마케팅 확대, 기술 확보, 생산력 증대, 리스크 분산 등 긍정적인 시너지가 발생한다. 상호 간 영업 및 유통망을 통합, 내수와 수출을 확대한 LS전선이 중국 훙치전기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2008년 미국 최대 전선회사 슈페리어 어식스를 인수한 LS전선은 미국의 영업망을 통해 얻은 정보를 이용, 훙치전기를 2009년에 인수했다. 중국법인 LS훙치전선은 고유의 기술력과 중국 판매법인 LSIC의 판매망, 훙치전기의 고객네트워크 간 시너지 효과를 통해 이듬해에는 100% 매출 증가를 목표로 하는 등 중국 전선업체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M&A 시너지는 이뿐만이 아니다. 생산시설 공유로 시설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원료와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제품도 유기적으로 결합돼 관련 기술이 효율적으로 접목될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은 높아지고, 값은 낮출 수 있다. 사업다각화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활동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다.

○M&A가 부러움의 대상 돼야

M&A가 우리나라에서는 왜 부진할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투자자금 회수 시장에서 IPO와 M&A가 차지하는 비중이 4 대 6 정도다. 젊은 창업가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성과를 대기업이 인정, 인수하는 것을 영광스럽게 여긴다. 기업을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자신의 ‘상품’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바이어를 상대한다. 우리나라에선 기업을 상품으로 보기보다는 ‘자식’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 부족도 한 원인이다. 옛말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M&A는 법률과 회계 등 여러 분야의 전문지식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 매수 또는 매도기업의 대상 파악부터 가치평가, 법률실사, 자금모집, 계약실행 등 각 단계에서 어느 하나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고(高)난도의 각 단계 과업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을 갖춘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M&A를 다루는 사회 각 분야를 살펴보면 우선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증권사의 투자은행(IB)부문, 부티크(개인알선업체)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 각 분야의 전문가 사이에선 해당 영역 외의 전문영역에 대해 상호이해의 충돌이 빚어지곤 한다. 따라서 M&A를 실행하기 위해 세웠던 당초 계획들이 각 단계에서 장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변호사·회계사·금융전문가를 비롯한 해당 분야의 전문적 식견을 가진 이들이 협업, 최상의 문제 해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M&A시장에서는 이런 통합적 전문가, 즉 ‘M&A 매니저’를 찾기가 어렵다.

마지막으로는 M&A 인수금융회사의 미성숙을 꼽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은행 등 월스트리트의 유명 투자은행은 ‘프라임 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라 불릴 정도로 M&A 인수금융이 발달해 있다.

이들을 통해 미국 M&A 시장에서는 비교적 쉽게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M&A할 때에도 이들이 도왔다.

○전문가로서의 ‘M&A매니저’

M&A 실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법률, 회계, 세무, 파이낸싱 등에 대한 전문지식이 기본이다. M&A 거래규모를 결정하는 기업가치 평가와 협상기법도 중요한 분야다. 합병 후 통합 과정과 SPAC제도, 우회상장 등 M&A를 둘러싼 전문지식은 다양하다. 최근에는 국경을 넘어 M&A를 시도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M&A’도 업계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이 중심이 된 ‘아시아M&A협회’의 창립과 활동 역시도 이런 크로스보더 M&A의 활성화와 연관돼 있다. 과거에는 언어의 장벽과 국가 간 법률 체계, 회계기준의 차이, 매수·매도 정보의 부족 등으로 인해 크로스보더 M&A가 매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망 발달과 정보공유 시스템 발전으로 국경을 초월한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부응해 우리나라 기업들도 M&A를 활용, 해외시장 진출과 기업가치 극대화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창조경제’를 추구하는 현 정부의 정책이 탄력을 받으려면 벤처기업의 창업과 육성뿐만 아니라 회생기업의 M&A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의 심리는 위축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생각으로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 통로는 M&A다.

이창헌 <한국M&A투자협회장·아시아M&A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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