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의 이슈 프리즘] 정전 60년, 서럽고 치열했던 날들

입력 2013-07-04 17:19   수정 2013-07-04 22:32

이학영 편집국 국장대우 haky@hankyung.com


“모두가 전기 부족으로 고생하는데 이런 특혜는 가당치 않소.” 1955년 9월, 김일환 상공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자기 집에 들어온 ‘특선(特線)’을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권력자들에게 제공하던 특선을 모조리 철거시켰다. 극도의 전력공급 부족에 시달렸던 6·25전쟁 직후, 정부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공장이나 지역에 ‘특선’을 깔아 전기를 특별 공급해줬던 시절의 에피소드다.

6·25전쟁 당시, 남북한 간에 가장 치열하게 벌어졌던 전투 가운데 하나는 강원도의 화천수력발전소 쟁탈전이었다. 전쟁 이전 38선 이북에 있던 이 발전소를 대한민국은 혈전을 벌인 끝에 확보했다. 전쟁이 끝난 뒤 가장 먼저 복구작업에 박차를 가한 곳도 이 발전소(발전량 5만4000㎾)였다. 해방 직후 10만㎾의 전력소비량 가운데 7만1000㎾를 북한의 전력공급에 의존했다가, 1948년 북한의 일방적인 ‘5·14 단전’으로 온 천지가 암흑으로 바뀌었던 기억은 그토록 뼈아팠다.(그런 북한의 개성공단지역에, 정부는 공장들이 폐쇄됐음에도 매일 10만㎾의 전기를 아직도 송전해주고 있다)

'하얀 띠''특선'의 추억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3년1개월에 걸친 6·25전쟁은 일단 쉼표를 찍었지만 상흔은 너무나 컸다. 전쟁 직전 대한민국 인구(2016만명)의 10%인 199만8900여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거나, 납북 당하는 참극을 겪었지만, 마냥 슬픔에 젖을 겨를조차 없었다.

전쟁기간 동안 61만3000채의 주택이 파괴돼 전 국민의 12.4%가 거리에 나앉아야 했다. 핵심 산업설비였던 면방직기의 70% 가까이가 고철로 변했고,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의 60%가 폐허로 바뀌었다.

당장 입에 풀칠하는 게 더 절박했다. “해마다 3~4월이 되면 농촌 주변 야산은 일직선의 하얀 띠를 둘렀다. 식량이 떨어진 농민들이 야산에 기어올라가 키 닿는 데까지 모조리 소나무 껍질을 낫으로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중반 농림부 장관을 지낸 정운갑 씨가 남긴 회고다.

최악의 물자부족은 1950년대 초반 한국을 칠레, 터키와 함께 ‘세계 3대 인플레이션 국가’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전쟁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통화 증발로 1950년 6월24일 560억원이었던 화폐 발행총액이 1952년 말 2조원을 넘어서기까지 했다. 1946년 656원이었던 쌀 한 말 값이 1953년 1월에는 9만1200원으로 뛰어올랐다.

가슴 시린 '6·25세대'의 희생

정부는 견디다 못해 미국에 잉여농산물 지원을 요청했고, 텅빈 나라 곳간은 미국이 원조해 준 농산물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대금(대충자금)으로 채웠다. ‘대충자금’이 정부 세입의 54%에 이른 해도 있었다.

총체적인 ‘결핍과 부족의 시대’였지만, 정부는 원조자금을 쪼개어 탄광을 개발하고, 철도를 부설하고, 비료 유리 시멘트 방적 공장을 짓는 등 ‘자력갱생’에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다. 기대할 것은 ‘인적 자원의 힘’뿐이었기에 종전 이듬해인 1954년부터 ‘의무교육 6개년 계획’에 들어갔고, 이 기간 동안 26%였던 문맹률을 4%로 떨어뜨리는 ‘기적’을 일궈냈다. 그렇게 부모세대가 배를 곯으며 키워낸 인재들이 1960년대 이후 본격화된 ‘한강의 기적’의 주역이 됐다.

궁핍과 비통의 1950년대를 미래 세대에 대한 희망으로 견뎌낸 ‘6·25세대’의 희생과 배려에 우리가 진 빚을 잊어서는 안된다. 역사에는 단절도, 하룻밤에 이뤄지는 기적도 없다. 자기부정과 증오의 ‘역사맹(盲)’에 부끄러워 해야 하는 이유다.

이학영 편집국 국장대우 ha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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