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여의도발(發), 재정절벽을 우려한다

입력 2013-07-04 17:20   수정 2013-07-04 22:31

대기업 옥죄기에 혈안인 정치권…경기위축에 세수부족 현실화
재정고갈 위기 전 성장페달 밟아야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군더더기 없이 가장 잘 정의한 학자는 밀턴 프리드먼이다. ‘계속기업’으로 살아남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이다. 기업이 굴러가야 고용을 유지할 수 있고, 주주에게 배당을 할 수 있고, 국가에 세금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망하는 것만큼 그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도덕적 존재여야 하며 사회 공헌에 앞장서야 한다.

프리드먼의 논리를 연장하면 정치권의 사회적 책임도 분명해진다. 기업이 계속 굴러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불확실성과 거래비용’을 줄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치권의 책무인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경제민주화에 편승해 대기업을 옥죄기에 바쁘다.

올 들어 지난 4월 말까지 세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7000억원 적게 걷혔다고 한다. 세금은 ‘국가가 멍석을 깔아 놓은 데 대한 자릿세’다. 세수가 적게 걷혔다는 것은 그만큼 멍석에서의 경제활동이 위축됐다는 이야기다. 시장경제에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주체는 기업이다. 재벌이건 골목의 치킨집이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생산된 부가가치는 그 기여도에 따라 생산요소 소지자에게 분배되고 그 과정에서 세금이 걷히는 것이다. 세수부진과 경기침체는 동전의 양면이다.

항목별 세수실적을 보면 법인세는 보통 4월 기준이면 12월 결산 법인들이 납부한 세금이 모두 실적에 잡혀 세수 진도율이 40%를 웃돈다. 하지만 올해는 진도율이 36.0%에 불과하다. 유류세, 주세, 개별소비세 등이 포함된 기타 세목의 세수 진도율도 34.2%에 불과해 지난해 세수 진도율 43.5%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부가가치세도 1조6000억원이나 적게 걷혔다. 부자와 서민 모두 지갑을 닫았다는 이야기다.

비교대상 기준연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세수실적 취약성의 타당성만 보강될 뿐이다. 올 4월까지 총세수(70조5000억원)의 연간 목표 대비 진도율은 35.4%로 최근 3년 평균(40.5%)에 5%포인트나 미달한다. 세수실적이 기간에 정확히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말까지 세수의 ‘극적 보충’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하더라도 올해 세수는 최소 20조원 이상 모자랄 전망이다. 연내 또다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세출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재정절벽’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같은 연도에 추경을 두 번씩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재정절벽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세무당국이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무조사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이삭줍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정작 ‘기회손실’에 대해서는 무감하다. 지금처럼 기업 의욕을 꺾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세무조사를 해도 세금은 꼭꼭 숨어든다. 경제가 잘 돌아가면 세금은 저절로 잘 걷힌다. 지난 10년간 세수실적을 보면 경제성장률이 5%를 넘었던 2006·2007·2010년에는 실제 세수가 목표치를 웃돌았다. 반면 신용카드 대란(2003년),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대선과 총선(2012년) 등으로 성장률이 뚝 떨어진 해에는 예외 없이 세수가 목표치에 미달했다.

8분기 연속 전 분기 대비 ‘0%대’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성장페달을 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성장 구조화는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갑과 을’로 나누기 바쁘다. ‘갑을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경쟁력’만이 자신을 ‘갑’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을을 보호해 주겠다는 것은 ‘을의 위치’에 늘 남아 있으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금산분리 강화 등도 대기업의 조직을 허무는 과잉규제가 아닐 수 없다. 과거 재벌 개혁은 ‘국제통화기금(IMF) 재벌 책임론’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가능했다.

미국의 재정절벽은 재정건전성 제고라는 명분을 갖고 있다. 혹여 세수부족으로 지출을 삭감하는 ‘한국판 재정절벽’이 온다면 이는 국민적 상처가 아닐 수 없다. 대중의 증오와 질투를 입법화하려는 정치권에 대한 ‘시장의 복수’일 수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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