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금 흐름 변수될지 주목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BOE)이 미국 중앙은행(Fed)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나섰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4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ECB는 금리가 지금 수준 또는 그보다 낮게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6개월이나 12개월이 아닌 상당 기간”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마크 카니 신임 BOE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2015년에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이란 점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드라기와 카니 총재의 발언은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저금리 정책을 더 지속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출구전략을 예고한 Fed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마이클 사운더스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ECB와 BOE가 통화정책에서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셈”이라고 했다. Fed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예고로 촉발된 미국발 금리 상승 여파를 차단, 유럽의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출구전략을 예고한 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급등세를 보이며 최근 연 2.59%까지 오르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그 여파 등으로 포르투갈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최근 연 8.1%까지 뛰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에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실업률은 12.2%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ECB와 BOE의 경기 부양 의지가 확인되면서 유럽 국가들의 주가는 상승하고 채권금리도 안정세를 찾았다. 유로화와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다. 자국 통화 가치 약세는 수출 증대로 이어진다.
마틴 밴 빌레 ING뱅크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에는 Fed가 금리를 올리면 그 뒤를 따라 다른 중앙은행도 금리 인상에 동참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와 유럽의 경제가 서로 달라 중앙은행 간 글로벌 공조도 깨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출구전략 공조가 무너지면 국제 자금 흐름에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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