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바비큐

입력 2013-07-05 17:44   수정 2013-07-06 02:10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스페인 사람들이 서인도제도를 발견했을 때였다. 그들은 원주민이 나무를 땔감으로 써서 동물을 통째로 구워먹는 걸 처음 봤다. 여기에서 야외 통구이 요리를 뜻하는 스페인어 바르바코아(barbacoa)가 나왔고, 이것이 바비큐(barbecue)의 기원이 됐다고 한다. 당연히 다른 얘기도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화덕요리 바베아큐에서 유래했다는 설인데 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를 뜻하는 것이다. 몽골 유래설도 있다. 유목 전사들이 초원에서 말고기를 창에 꿰거나 양고기를 방패 위에 얹어 구워먹었다는 설이다.

그러나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바비큐의 원조가 따로 있다고 보는 것도 우스운 일일 테다. 산불 등 자연발화로 구워진 고기를 맛본 후 생식보다 화식이 더 좋다는 걸 알았고, 불을 사용하면서는 훈제 향까지 즐겼을 것이다. 우리 민족도 예부터 고기요리를 잘하기로 소문났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동이족은 장양(藏釀·발효요리)과 고기요리를 잘한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다.

바비큐는 육류뿐만 아니라 생선, 조개, 채소까지 익혀 먹는 요리로 점차 진화했다. 주로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던 미국 남부도시 멤피스는 로큰롤과 함께 ‘돼지갈비 바비큐의 세계 수도’로도 유명하다. 미국 대통령 린든 B 존슨은 1967년 텍사스목장에 29명의 남미 외교관을 초대해 ‘바비큐 외교’를 펼쳤다. 레이건은 1984년 구소련 대사를 초대해 바비큐를 먹으며 우주무기 제한을 논의했고, 조지 W 부시는 장쩌민 중국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고이즈미 일본 총리 등과 ‘바비큐 정상회담’도 가졌다.

원래는 섭씨 100~110도에서 8~10시간 굽는 게 좋다는데, 불길에 직접 닿지 않고 장작의 연기와 열기로 구워내는 게 맛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은 간편화로나 바비큐 세트를 파는 곳이 많아 요리도 아주 편리해졌다. 캠핑과 가족여행이 늘어난 것도 촉진제가 되고 있다. 프로야구 인천 문학경기장에는 바베큐존이 들어서 있다. 전국 36개 국립자연휴양림 중 유명산 백운산 등 19곳에서도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그제 정부가 레저산업 활성화를 위해 도심공원에도 바비큐 시설을 조성토록 유도한다고 발표하자 수요확대를 반기는 축산업계와 쓰레기 오염을 우려하는 네티즌의 찬반논란이 거셌다. 당국이 하루 만에 “하천법 적용을 받는 한강둔치는 적용대상이 아니며, 오염 위험이 없는 일반 도시공원 내 야유회장과 야영장 등만 대상”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산·계곡은 되고 강은 왜 안 되느냐는 소리가 나왔다. 정작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성숙한 시민의식일 텐데….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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