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나무·풀숲을 지나 이름모를 꽃들과의 만남
두문동재~검룡소 4시간30분
쉬엄쉬엄 걸으며 솔내음 만끽
트레킹 백미 정상 오르면 제비난초·산꿩의다리 지천에
들과 산에 핀 꽃들이 이리도 예쁜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 해마다 5~7월이면 국내 최대 야생화 군락지인 강원도 태백시 금대봉(1418m)과 대덕산(1307m) 일대에 꽃들이 지천이다. 복주머니난, 비비추 등 이름조차 정겨운 야생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연인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설레기만 하다.
○저마다 사연 지닌 야생화
야생화 트레킹이 시작되는 백두대간 두문동재는 해발 1268m의 고지대다. 조선이 개국하면서 고려의 마지막 유신들이 이성계를 피해 이곳에 자리잡았다. 아예 오지에 틀어박혀 세상과 담을 쌓고 살겠다며 두문불출했다. 그래서 두문동이라는 지명이 붙었다고 한다. 설화의 진위 여부야 알 길이 없지만 실제로 이곳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오지 중의 오지로 꼽히는 곳이었다.
분주령, 금대봉에 야생화가 절정인 시기는 대개 5~6월께지만 올해는 추위가 오랫동안 기승을 부려 7월이 돼도 아직 꽃들이 머물러 있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산길을 걸으면 신선한 숲의 공기가 산뜻하게 다가온다. 길의 양쪽으로 수도 없이 많은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있다.
시기별로 피는 야생화도 조금씩 다르다. 지금은 개망초와 하늘나리, 일월비비추, 산꿩의다리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꽃들 사이로 사향호랑나비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넓은 잎줄기가 7~8가닥으로 뻗어나간 독특한 모양의 관중은 야생화지만 집에서 키우는 관상식물이기도 하다. 신갈나무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산일엽초의 모습도 볼거리다.
꽃들은 저마다 사연을 지니고 있다. 개망초는 흔하디흔한 국화과 꽃이다. 원래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지만 이제는 국내에서 제일 많은 꽃이 됐다. 꽃 모양이 달걀 프라이를 해놓은 모양과 닮아서 달걀꽃이라고도 부른다. 잎이 톱니바퀴처럼 생긴 쐐기풀은 잘못 만지면 큰일난다. 풀에 쏘인 순간 강력한 통증이 밀려온다. 김상구 태백시 문화관광해설사는 “마치 바늘로 쏘인 곳을 계속 찔러대는 듯 아프다”고 말했다.
○암에 좋은 선학초와 국수나무
가는 길 한편에 헬기장이 있는데, 이곳 또한 넓은 터에 갖가지 야생화가 피어 있다. 야생화를 한데 모아놓은 거대한 식물원을 연상케 한다. 현호색과 큰산장대꽃 등 이름도 생소한 야생화들이 때 묻지 않은 소박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헬기장 옆 길가에는 개망초도 자리를 잡았다. 대한제국이 망할 때 하필 여기저기서 많이 피어서 ‘망초’라 불렀단다. 들꽃은 줄기를 누르면 폭신했다. 그래서 줄기를 층층이 쌓아놓으면 푹신했다. 일제는 도자기를 가져갈 때 상자 속에 망초 줄기를 잔뜩 넣었다. 졸지에 문화재 약탈의 공범이 되다보니 망초라는 이름 앞에 ‘개’자가 붙었다. 궂은 역사 속에서 애꿎은 들꽃만 억울한 이름을 얻게 됐다.
두문동재에서 1시간30분 정도를 걸으면 분주령이 나온다. 제법 넓고 평평한 분지인 이곳에서 정선과 태백사람들이 만나 분주하게 물건을 교환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분주령을 넘으면 이제부터가 야생화 트레킹의 백미인 대덕산 정상 입구가 보인다.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이깔나무 숲이 펼쳐지고 제비난초와 산꿩의다리가 지천에 피어 있다.
꽃을 피우는 것은 8할이 바람이다. 대덕산 정상은 바람이 몹시 불었다. 색색의 야생화는 이리저리 흔들렸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중에서)
대덕산 정상서 태백산을 보니 구름이 마치 모자처럼 씌워져 있다. 구름조차 바람에 흔들려 조금씩 산정 밑으로 흘러내렸다. 정상에서 검룡소로 내려가는 길목에도 여우오줌, 흑쐐기풀, 짚신나물 등 갖가지 토종 야생화들이 속속 눈에 들어온다. 항암작용을 한다는 선학초를 입에 물고 박하 냄새가 나는 사상자 향을 음미하며 20분 정도를 내려오니 길 양편으로 원추형의 꽃차례를 이루며 화사하게 피어 있는 꽃이 보인다. 꽃을 죽 뽑으면 마치 국수 같은 줄기가 나온다 해서 이름 붙은 국수나무가 보인다. 국수나무는 높은 산에는 피지 않고 산 아래만 피어 혹여 산에서 조난당했을 때 국수나무만 찾으면 조난을 면할 수 있다고 한다.
길을 따라 내려가니 어느덧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다. 두문동재에서 출발한 지 대략 4시간30분. 두문동재에서 검룡소까지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야생화는 분주령과 대덕산을 지키는 진짜 주인들이다.
○여행 팁
야생화 트레킹로는 환경부가 생태관광보존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1년에 두 번이나 출입을 통제한다. 2월15일~5월15일 석 달 동안, 11월1일~12월15일 45일 동안 산길이 폐쇄되니 이 기간은 피해야 한다. 야생화 트레킹을 하려면 태백시 홈페이지(taebaek.go.kr)에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태백을 가려면 영동고속도로에서 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을 거쳐 38번 국도를 타고 제천, 영월, 석항리 삼거리(직진) 방향으로 가면 된다. 두문동재는 태백에서 15분 내외에 갈 수 있다. 동서울종합터미널(02-446-8000)에서 태백행이 매일 26회(오전 6시10분~오후 6시59분) 운행된다. 직통은 4시간, 직행은 5시간30분 소요된다. 검룡소로 가려면 하루 5회 운행하는 조탄·하장·임계행(오전 6시10분~오후 7시50분)을 이용해 창죽동에서 하차하면 된다. 검룡소까지 도보로 1시간 걸린다. 두문동재로 직접 가는 대중교통편은 없다. 두문동재 정상, 금대봉, 대덕산 주변에는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다. 태백 시내에 호텔 메르디앙(033-553-1266), 이화모텔(033-552-2116) 등 숙박시설이 많다.
태백 고원자연휴양림(forest.taebaek.go.kr·033-550-2849/582-7238)은 태백의 대표적인 휴양시설이지만 여름철에는 방을 잡기 쉽지 않다. 태백은 한우가 맛있기로 소문이 났다. 태성실비(033-552-5287)는 한우 생고기 전문점으로 유명하다. 국물이 자작해서 해장에도 좋은 송이닭갈비(033-552-9995)는 태백만의 독특한 먹거리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 "기성용, 늙은 여자랑…" 한혜진에 막말…경악
▶ 개그우먼 남편, 바람 피면서 '10억' 빼돌리더니
▶ 20대女, 콘돔 기피 남친과 여름휴가 갔다가…
▶ 장윤정 母 "행복하길 바라지만 진실은…" 충격
▶ 男동생, 친누나와 한 침대서 잠자리 갖더니…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