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워Z' 400만명이 봤다

입력 2013-07-08 16:55   수정 2013-07-08 22:38

국내 극장가 흥행 비결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월드워Z’(마크 포스터 감독)가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좀비영화 중 최다 관객을 모았다. 8일 영화관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개봉한 이 영화는 관객 수 427만명, 매출 317억원을 기록했다. 이날까지 세계 흥행수입은 3억6600만달러로 미국을 빼면 한국이 최대 흥행국가다.

‘월드워Z’는 재난영화로 알려졌지만 내용면에서는 좀비영화이기도 하다. 뉴욕 등 각국 대도시에서 괴물 바이러스가 사람을 감염시켜 좀비로 만들어 정상인들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시체를 의미하는 좀비는 20세기 중반, 영혼 없이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군중에 대한 은유로 탄생했다. 많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했지만 국내 흥행기록은 좋지 않았다. 밀라 요보비치가 주연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5편을 합쳐야 300만명 정도였다. 역대 좀비영화 중 최다 관객을 모든 월 스미스의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가 250만명을 모았을 뿐이다.

‘월드워Z’가 성공한 비결은 저예산 B급 영화 소재이던 좀비를 대규모 물량을 투입한 재난 블록버스터로 변형시킨 데 있다. 조악한 실내 세트에서 촬영한 좀비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뉴욕과 예루살렘 등에서 엄청난 엑스트라를 동원한 로케이션으로 제작해 현실감을 배가시켰다. 투자·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임성규 홍보팀장은 “초반에 좀비영화란 점을 철저히 숨기고 재난 블록버스터로 마케팅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좀비들이 예루살렘을 둘러싼 거대한 성벽을 스스로 사다리를 만들어 뛰어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차량 행렬이 가득한 뉴욕 중심가를 좀비들이 습격하는 모습도 현실감을 강화했다. 발을 질질 끌며 천천히 움직이던 이전 좀비들과 달리 매우 빠르고 힘도 강력해져 긴장감을 더한다.

극 중 바이러스는 사스와 에이즈 조류독감 등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톱 스타인 피트가 아내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가족 관객들을 불러모았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기존의 좀비영화는 가족과 국가를 해체하는 정서에 기반했지만 이 영화는 가족과 인류를 구하는 내용으로 가족 관객들을 동화시켰다”고 진단했다.

한국과의 연관성도 몰입을 강화한 요인이다. 영화에선 평택 주한 미군기지가 첫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북한이 좀비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로 나온다. “2400만 모두의 치아를 24시간 만에 몽땅 뽑아버렸기 때문”이라는 대사에는 북한의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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