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조 시장 잡아라" CJ제일제당, 애견사료 시장 '본격 승부'

입력 2013-07-08 17:03   수정 2013-07-09 04:59

R&D센터 확충

수입제품이 70% 차지…오프레시 이어 신제품…네슬레에 도전장
CJ "中·동남아도 진출"




8일 경기 안성시의 CJ제일제당 연구실. 두 개의 큰 그릇에 각기 다른 사료가 가득 담겨져 있었다. 10여마리의 비글이 달려들어 먹기 시작한 지 20분. 깨끗이 비워진 그릇에 담겨 있던 것은 CJ제일제당이 개발 중인 사료였다. 반면 다른 그릇에 3분의 1 이상 남겨진 것은 네슬레의 사료. 비글이 선택한 맛은 네슬레가 아닌 CJ였다.

○네슬레와 한판 승부

이날 맛 대결이 벌어진 곳은 ‘CJ 리서치 팜’으로 불린다. 사료사업을 위해 2011년 50억원을 들여 세운 연구농장이다. CJ는 지난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 뒤 연구 인력을 보충하고 외국기업에서 마케팅 인력을 스카우트했다.

그 결과물이 올해 2월 내놓은 프리미엄 사료 ‘오프레시’다. CJ는 이달 중 개의 연령에 따른 맞춤형 사료 3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애완동물용 캔제품, 간식, 건강기능식품 등도 잇따라 출시한다.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은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품질을 가진 국내 대표 사료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CJ는 애견사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뒤 관련 사업을 확장할 게획이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0년 1조원에서 올해 1조80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2020년에는 6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핵가족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애완견 등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다.

수의사 출신인 김미선 제품개발팀 연구원은 “아무리 좋은 성분을 넣어도 개들이 먹지 않으면 소용 없기 때문에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닭고기 등 새로운 재료를 넣고 배합률을 바꾸는 등 수십 차례 테스트를 거쳐 오프레시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햄보다 비싼 사료

동물병원에서 판매하는 사료는 대부분 외국산이다. 업체별 점유율도 네슬레, 로얄캐닌, ANF 등 수입 브랜드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형마트 등도 예외는 아니다. 이마트에서 국산사료와 수입사료의 매출 비중은 전년 4.8 대 5.2였지만 작년 3.6 대 6.4로 뒤집혔다.

최근에는 고가의 수입 프리미엄급 사료의 성장세가 특히 가파르다. 프리미엄급 사료는 고기, 참치, 야채 등을 원료로 하며 사람이 먹어도 될 만큼 맛과 영양을 강화한 제품이다. 예를 들어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호주산 고양이용 닭고기 통조림은 10g당 160원으로, 사람이 먹는 스팸(10g당 100~120원)보다 30% 이상 비싸다.

CJ가 애견사료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지난해까지 저가 제품 위주로 생산했지만 이런 트렌드 변화에 따라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사료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이권일 CJ PET사업팀 부장은 “네슬레, 로얄캐닌 등 외국산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시장에서 오프레시를 300억원대 브랜드로 키워 애완동물 사료의 국산화를 이끌 것”이라며 “이후 동남아시아, 중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성=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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