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출구 전략…글로벌 자금흐름 '대변동'…무조건 장기투자보단 주기적 포트폴리오 점검을

입력 2013-07-09 15:35  

재테크 패러다임이 바뀐다


재테크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핵심 동력은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10여년간, 그리고 올해까지 5년간 이어진 유동성 흐름이 미국 중앙은행(Fed)의 출구전략 시사를 계기로 변하고 있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출구전략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과 위험이 커질 것이라며 ‘뉴 앱노멀(새로운 비정상성)’ 시대가 왔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흔들리는 글로벌 자금 흐름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미국이 빚을 내서 소비를 하면, 중국이 값싼 공산품을 만들어 미국 시장에 파는 행태가 일반적이었다. 중국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은 다시 미국 금융시장으로 넘어와 미국인의 소비를 지탱했다.

금융위기가 닥치자 미국 등 각국 정부는 공격적인 유동성 확대 정책을 폈다. 선진국에서 대규모로 풀린 자금은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모든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신흥국으로도 유동성이 흘러들어왔다. 금융위기 이전과 메커니즘은 다르지만 유동성이 꾸준히 공급돼온 셈이다.

Fed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이 글로벌 자금 시장을 뒤흔드는 이유는 ‘게임의 규칙’이 바뀌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신흥국 등 고위험 자산에 투자했던 행태는 제동이 걸리게 된다. 채권이나 원자재의 경우 먼저 빠져 나올수록 손실폭이 작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경쟁적인 투매를 벌인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긴 하지만 과거와 달리 소비가 급증하지 않아 신흥국 수출 경기 회복에 큰 도움을 주고 있지 않다. 반면 선진국은 느리지만 견조한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는 데다 글로벌 자금도 유입된다.

○‘남들과 같이’에서 벗어나라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글로벌 자금 흐름 변화 때문에 △채권은 안전자산이다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수익률이 좋다 △잘 배분한 포트폴리오를 이용해 분산투자가 가능하다 △장기 투자는 언제나 유리하다 등의 전통적인 믿음이 도전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엔 채권 가격 급락으로 인한 피해가 두드러진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듀레이션(금리 변화에 따른 채권 가격 변화 수준)이 높아진 상태”라며 “금융위기 이전보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 가격 하락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인식도 깨지고 있다.

‘브릭스(BRICs)’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말 발간한 보고서에서 “신흥국 시장이 구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시기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김용구 대신증권 상품컨설팅부 부장은 “경기 회복이 먼저 시작되고 있는 선진국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분산투자가 적합한 전략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유동성 장세가 끝나면서 주식, 채권,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무조건적인 장기 투자는 피하라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소정 KDB대우증권 컨설팅지원부장은 “매달 또는 매분기별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수익성 있는 상품으로 자산을 재배분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일부 전문가는 아예 현금 비중을 높이라고 권하기도 한다. 불확실성이 해소됐을 때 유망한 자산에 투자할 실탄을 마련해 두는 게 더 낫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선 투자 목표를 확실히 정하고 여기에 맞춰 수익률과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소정 부장은 “수익성 등 특정한 장점만 보고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투자자 자신이 중심을 잡고 본인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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