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5일 9시54분58초. 초단타매매를 전문으로 트레이더들은 뉴욕증시의 1634개 종목에 대해 일제히 공매도(주식을 빌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기법) 포지션을 취했다. 2초 후 공식 발표되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를 시장정보회사 톰슨로이터에서 미리 입수한 뒤였다.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가 공식 발표되자 이들 종목 중 85%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트레이더들은 수십만달러의 차익을 거뒀다.
앞으로 월스트리트에서 이 같은 불공정 투자 행위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톰슨로이터는 8일(현지시간)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를 유료 고객들에게 2초 전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중반 현지 언론들의 관련 보도 이후 뉴욕주 검찰이 관련 업계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톰슨로이터는 2008년부터 한 달에 6000달러를 내는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에게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를 공식 발표 2초 전에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미시간대에는 1년에 110만달러를 주고 정보를 배포할 권리를 사들였다. 로이터는 같은 방식으로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도 5~10초 전에 알려줘왔다.
독일 증권거래소인 도이체뵈르제도 시카고 지역 경제활동 지표인 ‘시카고 비즈니스 바로미터’를 공식 발표 전 미리 파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에게 미리 경제지표를 알려주는 산업의 시장 규모가 올해 75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뉴욕주 검찰은 이 같은 데이터 사전 제공이 뉴욕주의 ‘마틴법’(Martin Act)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마틴법은 뉴욕주 검찰이 행위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금융사기를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슈나이더만 총장은 “주식시장은 모든 투자자에게 공평한 경쟁의 장이 돼야 한다”며 “시장에 영향을 주는 데이터를 미리 제공하는 것은 시장의 공정 경쟁을 해친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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