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7개월 商議 빛내고…박수 받으며 떠난 손경식

입력 2013-07-09 17:21   수정 2013-07-10 00:47

"CJ 경영과 겸하기 힘들다"
후임에 박용만 회장 등 거론




“7년7개월 동안 정들었던 상공회의소를 떠납니다. 그동안 고뇌의 시간도 있었지만 보람과 긍지를 느낄 때가 더 많았습니다.”

9일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 국제회의장. 이임사를 읽어 내려가던 손경식 대한·서울상공회의소 회장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손 회장은 전날 CJ그룹 경영위원장과 상의 회장직을 겸하기 어렵다며 사임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사퇴했다. 이임사를 마친 손 회장은 200여명의 상의 임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식장을 나섰다.

손 회장은 이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대한상의 회장직이 비상근 명예직이긴 하지만 국회 및 정부 등과의 협조나 최근 부쩍 늘어난 국제 업무, 기업 노사문제에 이르기까지 챙길 일들이 많아 굉장히 바쁜 자리가 됐다”며 “CJ 경영위원장을 맡게 된 후 상의 업무를 충실히 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지·덕·체’를 겸비한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경기고 2학년이던 1957년 검정고시로 대학입학 자격을 얻은 뒤 서울대 법대에 진학할 정도로 수재였다. 1961년 졸업 후 옛 한일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누나(손복남 CJ 고문)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씨와 결혼하면서 삼성가와 인연을 맺었다. 1968년 삼성전자로 옮긴 그는 1977년 38세에 안국화재(현 삼성화재) 사장이 됐고 52세 때인 1991년 부회장에 올랐다. 1993년 CJ로 옮겨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았고, 55세 때 회장 직함을 단 뒤 줄곧 경영일선을 지켜왔다.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를 22년이나 지내 숫자에 밝고 법규정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손 회장은 ‘주변에 적이 없는 사람’으로 통한다. 탁월한 친화력과 온화한 성품 덕분에 정계와 관계, 재계에서 두루 인맥을 쌓았다. 2005년 11월 대한상의 회장에 오른 뒤 청와대, 정부, 국회, 시민단체 등과 재계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비롯해 맡고 있는 단체장 직함만 70여개에 이를 정도로 ‘마당발’이다.

손 회장은 1939년생으로 74세의 고령이지만 체력도 좋다. 상의 관계자는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해외출장을 다녀오자마자 회의를 소집해 수행했던 비서가 더 힘들어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이날 이동근 상근부회장 체제로 전환하고 후임 회장 선출 작업에 들어갔다. 관례상 대한상의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이 겸직한다. 서울상의 의원 100명이 총회를 열어 회장을 선출하게 되며, 16명의 부회장단 가운데 한 명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박용만 두산 회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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