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미 "가슴 뛰는 일에 열정 다하니 길이 보이더라"

입력 2013-07-10 17:07   수정 2013-07-11 05:21

관광학과 자퇴 뒤 음대 입시 공부…음악 본고장 찾아 나홀로 유럽行
520년 합창단 첫 동양인 지휘자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을 하세요. 정말 열심히, 즐겁게 하면 성공합니다.”

‘천상의 하모니’를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빈 소년합창단 상임지휘자 김보미 씨(35·사진). 그는 지난해 9월 520년 역사의 빈 소년합창단 첫 여성 지휘자이자 최초의 한국인 지휘자가 됐다. 아시아인으론 첫 발탁이다. 쉽지 않았던 자신의 음악 공부 과정과 도전기를 9, 10일 부산 이사벨중학교와 용수중학교 학생들에게 들려줬다. 부산시 교육청의 ‘글로벌 한국인 지도자와의 만남’ 강연 요청에 따른 것이다.

그는 1시간 강연 내내 “가슴이 뛰는 일을 선택해 열정적으로 달려들라”고 주문했다.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즐겁게 정말 열심히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꿈을 향해 늘 자신이 잘하는지 스스로 묻고 답해보세요. 밝은 미래가 열릴 것입니다.”

김씨도 처음엔 좋아하던 음악 대신 다른 길을 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강원 속초 출신인 그녀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피아노를 치는 것이 너무 좋아 성인 성가대의 피아노 반주를 하는 등 음악에 흠뻑 빠졌다고 했다. 하지만 음악은 취미로 하라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1996년 세종대 호텔경영학과에 진학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울림이 늘 메아리쳐 부모님과 상의도 없이 대학을 자퇴했어요. 음악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열정이 북받쳐오르는 시기였습니다.”

김씨는 음악 공부가 돈이 들고 힘들지만 의지만 있으면 돌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음대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를 하던 중 한 음악잡지를 통해 연세대 교회음악과에 합창지휘전공이 있는 걸 알게 됐어요. ‘이게 내 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공부했고 합격했어요.”

그의 꿈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집안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음악의 뿌리를 찾아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면서 독일 레겐스부르크대(교회음악전공) 학부과정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빈 국립대 음대에서 석사를 마친 뒤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김씨는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에겐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음악에 올인했습니다. 이 덕택에 박사과정 지도교수 권유로 빈 소년합창단 지휘자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통과했죠. 빈 소년합창단 출신을 지휘자로 선임하는 관례 때문에 발탁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당당히 합격했어요.”

김씨는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린츠라는 작은 도시에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떨어졌고 이후에도 많은 실패가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실패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에요.”

음악도에게 음악의 본질을 느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비엔나에 1000명 이상의 음악전공 한국 유학생 중 오디션(입학)은 합격하지만 졸업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손기술에만 집중할 뿐 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음악의 본질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이달 초 여름 휴가를 얻어 한국을 찾았다. 오는 26일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간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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