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인도의 IT 두뇌

입력 2013-07-10 17:23   수정 2013-07-10 21:52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구글이 자랑하는 지도 소프트웨어 ‘구글어스(Google Earth)’는 인도인이 만들었다. 차세대 전력 배분망으로 각광받고 있는 ‘스마트그리드(Smart Grid)’도 인도인들이 밑그림을 그렸다. 구글의 주요 개발자 회의는 인도인들로 구성되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소프트웨어 인력 70%가 인도인이라고 한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인도에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있다’는 얘기가 이들에게는 자랑거리다.

숫자 ‘0(zero)’을 발명한 것은 인도인이다. 미적분학의 기초인 무한급수 개념도 인도인들이 먼저 썼다. 인도 초등학교에서 19단을 외우도록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그만큼 수학이 강하다. 인도인들의 가치관과 문화도 소프트 개발에 일조한다. 그들은 윤회를 믿고 다신교 전통을 고수하는 등 독특한 종교관을 갖고 있다.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가상세계(virtual world)에 대한 이해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런 점에서 인도인들이 탁월하다.

무엇보다 이들 인재가 씨줄 날줄처럼 강한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실력이 주목받은 것은 1990년대 말 이른바 밀레니엄 버그 사건 덕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은 절대적으로 두뇌들이 필요했다. 자연스레 인력이 풍부한 인도에 눈길이 모아졌다. 96년 4만명을 넘지 못했던 인도의 대미 인력수출은 1999년엔 12만명을 넘을 정도였다. 지금 40~50대로 성장한 그 인력들이 세계 IT 기업의 소프트웨어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선 아예 이들을 ‘인디언 마피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에서 인도로 돌아간 인재도 상당수다.

이들은 미국과 인도를 인터넷으로 단단하게 묶고 있다. 미국의 첨단 정보와 노하우가 곧바로 IT 기업 집적도시인 벵갈루루에 전해진다. 심지어 소프트웨어의 세계 표준화 작업을 인도인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 소프트웨어 두뇌들을 유치하기 위해 세계 IT 기업들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GE 등이 벵갈루루에 진을 치고 졸업생을 유치하고 있다. 중국 통신기기 업체인 화웨이(華爲)마저 6000명 규모의 인력을 여기서 모집한다. 삼성전자도 일반인들의 100배 연봉 지급을 내걸고 벵갈루루에서 길러낸 인재를 충원하려 애쓰고 있다고 한다.

이제 단순히 영어를 구사하고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인도인을 찾는 기업들은 별로 없다. 지금 기업들이 인도에서 찾고 있는 것은 인디언 네트워크다. 21세기에는 이들의 인맥이 유대인이나 화교 네트워크보다 더 강해질 것 같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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