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동시다발 회담 제의] 北, 대화의지 과시…외교고립 탈피·외자유치 물꼬 트기

입력 2013-07-11 03:29  

대화공세 의도는

개성공단 2차 실무회담
南 "폐쇄 재발방지"
北 "조속히 재가동"
합의문 불발 15일 3차회담



북한이 동시다발적 대화 제의를 했다. 10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남측에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을 제의한 것이다. 대화국면을 주도하려는 의도라는 게 우리 정부의 분석이다.

◆대화 주도권 잡기 시도

북한은 이날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은 오는 17일에,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회담은 오는 19일에 금강산 또는 개성에서 열자고 제의했다. 이와 함께 오후 7시께 별도의 전통문을 통해 “집중 호우로 예성강 지역 수위가 높아졌다”며 “오늘 자정에 예성강 발전소 수문 하나를 열어 수위를 조절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모두 지난달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특별담화를 통해 당국회담을 제의했을 당시 거론한 의제들이다. 남북간 쌓여 있는 현안들을 ‘패키지 딜’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동시다발적인 대화 제의를 내놓은 데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결·대화국면 모두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적 의도”라고 평가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모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사업이다.

북한으로서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하려는 시도를 통해 주민들에게 ‘김정일의 유훈을 실천한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외교적 고립을 타개하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도 마련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금강산 관광 회담에 대해서는 거부했다. 개성공단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회담 전략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은 인도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거부하기 어려운 의제다.

◆“국제적 공단”, “우리민족끼리”

남북은 이날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방안에 대해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우리 측은 가동중단 재발방지를 강력 주장했다. 남측 대표단은 “누가 (개성공단에) 들어와도 더 이상 일방적으로 통행과 통신을 차단하고 근로자를 철수시키는 일은 없겠구나 하고 인정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또 개성공단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외국 기업도 투자할 수 있도록 개성공단을 국제적인 공단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과 함께 “북한 측의 일방적인 공장 가동 중단조치로 입주기업이 입은 피해에 대해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측은 재발방지보다 공단의 조속한 재가동에 무게를 뒀다. 박철수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기조발언에서 설비 점검 및 정비를 조속히 끝내고 재가동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북측은 가동 중단 이유로 남한 언론의 최고존엄 모독과 군사훈련을 들며 “개성공단 정상가동에 저촉되는 일체의 행위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가동 중단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긴 셈이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우리도 나름대로 최고존엄이 있다”고 맞받았다. 남측의 ‘공단 국제화’ 주장에 대해 북측은 6·15 공동선언,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강조하며 에둘러 반대의 뜻을 밝혔다.

남북은 오전 전체회의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뒤 오후에 세 차례 수석대표 회의를 이어가며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3차 실무회담을 오는 15일 열기로 하면서 대화의 추동력은 이어가게 됐다.

개성=공동취재단/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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