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투자활성화 대책] "회의 해봤자…" 1차 때 약속한 外投法 개정 국회서 막혀

입력 2013-07-11 17:12   수정 2013-07-12 02:00

110분 토론서 수시로 의견 제시…"기업인은 국정 동반자"


“경제에 많은 열정을 불어넣자는 뜻으로 제가 열정의 색깔인 빨간색을 입고 나왔습니다.”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첫마디에 190여명의 참석자는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박 대통령은 이날 110분간 이어진 토론 과정에서 수시로 의견을 제시했다. 기업에는 투자 확대를, 정부에는 기업이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마무리발언에서 기업인을 ‘국정의 동반자’로 표현하며 “투자하는 사람들은 우리 모두가 업고 다녀야 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한 참석자는 “진정성이 묻어나는 표현이어서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차 회의 때 추진키로 했다가 무산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과 관련, 박 대통령은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 투자비율이 12.7%로 미국의 25%, 독일의 21%에 훨씬 못 미치고 있는데 국회 통과가 안 돼 너무 아쉽다”며 “관계 부처가 책임지고 최선을 다해 국회를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회의에 참석, “나도 국회의원이지만 기업 규제를 풀어주려는 법안 처리가 이렇게 어려운 줄 미처 몰랐다”며 입법 과정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여 의원이 발의한 외투법 개정안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세우려면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바꿔 외국기업과 합작법인의 경우 50%만 지분을 가져도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개정안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통과돼 법사위원회로 넘어갔으나 박영선 위원장(민주당)의 반대에 부딪쳐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한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역시 “내 지역구인 울산에 있는 SK종합화학도 외투법 처리가 안 돼 투자가 막히게 됐다”고 거들었다.

이날 토론 과정에서 김치를 일본에 수출하는 대상F&F의 이상철 사장이 “발효 개념을 모르는 중국이 김치 유산균을 대장균으로 분류하는 바람에 김치를 원천적으로 수출할 수 없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런 일이 있느냐”며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과정에서 검토해볼 것을 정부 측에 주문하기도 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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