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잇단 지하火災…범인은 '젖은 먼지'

입력 2013-07-11 17:23   수정 2013-07-12 02:13

전기 합선 '전해질' 역할
지하 노래방·주점서 빈발
작년 6~8월 160여건 발생



장마철에 접어들며 후텁지근했던 지난 1일 오후 10시께 부산 당리동의 한 지하노래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가장 먼저 일어난 곳은 실내 영상반주기 모니터였다. 부산시 소방본부는 모니터에 쌓여 있던 먼지와 과전류가 반응, 불꽃이 튀어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5시께 서울 종로3가역 지하 1층 광고판에서 불이 나 광고판의 전기기판을 태웠다. 소방당국이 추정한 화재 원인은 역시 내부 전기합선이었다.

○젖은 먼지 주의보

습기를 머금은 ‘젖은 먼지’가 도화선 역할을 하는 장마철 지하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11일 소방방재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화재 건수는 장마철(6~8월)에 가장 적었지만 지하에 있는 유흥주점, 노래연습장 등의 화재 건수는 6~8월에 집중됐다. 유흥주점의 경우 지난해 185건의 화재사고 중 56건(30%)이 이 기간에 발생했다. 노래연습장 역시 지난해 236건 중 105건(44%)이 장마철에 일어났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비슷하다. 올 들어 유흥주점 화재의 28%, 노래방 화재의 27%가 6월과 7월에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장마철이 되면 수분을 흡수한 젖은 먼지가 전해질로 작용하면서 전기화재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습기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하시설은 먼지·습도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리부실 여전

서울시내 지하 상가 및 업소들의 먼지·습도 관리는 미흡했다. 비가 내렸던 지난 9일 오후 10시께 서울 신설동 한 지하노래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습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노래방 반주기 브라운관 위와 기계 뒤편을 만졌더니 회색 먼지들이 그대로 묻어났다. 바닥은 물기가 많았고, 먼지가 쌓여 있는 전선들이 엉켜 있는 콘센트 주변도 젖어 있었다. 노래방 내부 선풍기 전선의 일부는 피복이 벗겨져 있었다.

서울 창천동과 안암동의 지하오락실도 상황은 비슷했다. 3.3㎡(1평) 남짓한 좁은 오락실 노래방 내부에 설치된 기계의 브라운관 주변에는 회색 먼지가 쌓여 있었다. 같은날 오후 2시께 서울 종로 지하상가에서도 젖은 먼지에 둘러싸인 콘센트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방화셔터 주변에 방치된 콘센트 주변은 물기로 젖어 있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습도가 높은 지하노래방에서 피복이 벗겨진 전선은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습한 곳에서 먼지가 피복에 맞닿거나 열을 내보내려고 만든 모니터 구멍으로 먼지가 들어가면 합선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먼지만 없애도 화재 위험 반감

전문가들은 장마철 지하건물 화재는 평소 작은 관심만 있으면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 교수는 “건조한 먼지라면 전기가 통하지 않지만 장마철에는 지하뿐 아니라 지상에서도 먼지를 통한 화재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며 “콘센트 부분처럼 열이 발생하는 부분의 먼지만 제거해도 화재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도 “장마철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사고를 막는 데는 먼지 제거가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부산 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노래방 화재원인을 조사한 결과 주로 개방형 기계에서 많았다”며 “사고 예방을 위해 청소관리나 점검, 제습기와 신형기계 설치 등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홍선표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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