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왜 그런지 한번 생각해봄 직하다. 왜 그렇게 수학이 싫었을까? 언제부터 수학이 싫었을까? 그 때 어떤 일이 있었길래 싫어진 걸까? 그런데 이렇게 따지고 들어도 수학을 싫어하게 된 정확한 이유가 분명하게 잡히지는 않는다. 결국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별종들만 좋아하지’라는 결론으로 끝난다. 인터넷에 ‘수학 좋아요 싫어요’로 검색을 하면 싫다는 의견이 훨씬 많다.
“안녕하세요 14세 소녀입니다. 다름 아니라 수학이 너무 싫어요. 수학이란 말만 들어도 짜증나고 책 찢어버리고 싶고 진짜 너무 싫어요. 또 아빠가 계속 강요를 해요. 무슨 예를 들을 때도 수학으로 예를 들고요 차로 이동할 때도 수학 얘기 밖에 안하고 물어볼 거 없느냐고 물어보고....짜증나요 진짜 저에겐 그런 게 또 다른 스트레스예요. 수학 꼭 해야 되는 거 저도 알아요.근데 너무 싫어요 수학 좋아지는 방법 없나요”
“저 정말 레알...... 수학이 싫어요ㅠㅠㅠ 선생님이 풀어보라고 하면 진짜 나가서 풀긴 하는데 다 틀렸다 하고..특히 애들이 장난으로 웃긴 하지만 그때 진짜 확 죽어버리고 싶거든요,,,”
“수학문제집만 보아도 미칠 거 같이 머리가 아파요. 수학이 정말 싫어요 수학을 제가 못해서 일까요? (전 수학 그래도 기본지식은 있죠) 아직 학생이라......수학문제집을 보면 머리 아픈 거 어떡하죠?”
공부를 해도 문제를 풀면 자꾸 틀리고, 시험 볼 때마다 울렁증이 생기고,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고 그런 공부라면 수학이 아니어도 그 과목은 싫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반대로 공부를 하고 나서 문제가 잘 풀리고, 시험을 보면 긴장은 되지만 잘 보고, 설명을 들으면 ‘아 그렇구나’하고 새롭게 깨닫는 것이 생긴다면 그 과목은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무릇 공부라면 이런 맛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수학이야말로 그런 맛을 톡톡히 주는 과목이라는데 공감한다. 그러면 수학에서 어떤 사람이 그런 맛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못 느끼는 것일까? 그 이유가 두뇌의 차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뇌가 아니라 경험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수학을 배웠던 경험을 떠 올려보자. 사실 수학을 재미있게 배운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수학 문제가 잘 풀려서 재미있었다는 기억은 더러 있겠지만 수학 수업 시간에 재미있는 경험을 한 사람은 거의 없다. 자, 그럼 의미 있는 수학 교실을 상상해 보자. 어떤 개념의 원리를 직접 탐구해보고 친구들과 신나게 의사 소통하면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그 개념이 들어간 문제를 풀어가는 것 또한 자신이 찾아낸 것을 적용하는 과정으로 느끼게 된다. 그래서 문제를 잘 해결하면 성취감에 기분이 좋아지고 혹 문제 해결이 잘 안 됐다면 왜 안된 것인지 다시 탐구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더욱 도전적인 학습 태도를 갖게 되고 문제 해결과정에서도 스스로 오류를 찾아내 보다 정확히 풀려고 노력하게 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공부하기를 싫어한다는 편견에 빠져있다. 하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의미 있는 공부를 즐긴다. 아이들은 공부를 더 잘 하고 싶어하고 시험도 더 잘 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수학공부를 외우듯이 반복하고 같은 문제를 맞을 때까지 풀어가는 학습은 사람을 지치고 힘들게 한다. 공부가 지긋지긋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학은 아이들을 얼마든지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
학생들에게 왜 공부를 하냐고 물으면 공부의 목적이 시험을 잘 보고 대학에 잘 가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불행의 씨앗은 바로 여기에 있다. 수학 공부는 생각을 논리적으로 만들어주고 수학적 엄밀성을 통하여 사고의 힘을 키워준다. 수학공부는 얼마든지 재미있게 할 수 있고 그래야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잘 하게 된다. 즉 재미있는 수학공부는 이상적인 얘기가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하는 당위성인 것이다. 그래야 고등학교 때 수학을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면 갈수록 수학으로 인해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덩달아 엄마도 행복해진다.
이렇게 아이도 엄마도 수학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데 왜 안 하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사고하기(생각하기)’가 복잡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수학 공부는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편견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수학 공부를 하라고 하면 아이들 또한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 수학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 싸여 한번도 뒤집어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풀어보자. 그러다 보면 조금 더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 보고 싶어진다. 마치 게임을 하듯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옆 사람 따라하기, 옆 사람과 비교하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얼마나 풀었는가 보다 어떻게 풀었는가가 훨씬 도움이 된다. 이제 문을 활짝 열고 수학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으로 걸음을 떼어보자.
조경희 < 시매쓰 수학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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