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116> 기존 매체와 뉴 미디어의 공존 방법은 보완관계

입력 2013-07-12 15:26  


역사적으로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기존 미디어들은 커다란 위기의식을 갖게 되었다.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라디오는 자신들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으며, 케이블TV는 철저히 공중파 TV와의 관계 속에서 그 내용과 형식이 진화할 수밖에 없었다. 새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기존 미디어들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기존 미디어들이 자신들의 생명력을 연장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에 앞서 재화 간 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두 재화가 있을 때 다른 재화 가격이 변하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 두 재화를 독립재라 부른다. 하지만 일부 재화·서비스 중에는 동일한 효용을 제공해 주는 재화들이 있다. 예를 들어, 콜라와 사이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콜라와 사이다는 갈증을 풀어주는 탄산음료라는 점에서 비슷한 만족감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준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역시 식사 메뉴로 육류를 선택할 때 어느 것을 먹을까 고민해야 하는 유사한 만족감을 주는 대상이다. 이처럼 특정 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둘 중 무엇을 택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재화로 경쟁관계에 놓인 재화를 대체재라 한다. 대체재 중 한 재화의 가격이 상승할 경우 다른 재화의 수요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두 재화 중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재화를 더 많이 구매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콜라 가격이 올라갈 경우 사이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며, 쇠고기의 가격이 올라갈 경우 돼지고기의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커피와 설탕은 보완재재화 중에는 특정 효용을 증가시키기 위해 두 재화를 함께 사용해야 하는 것도 있다. 커피와 설탕, 컴퓨터 기기와 소프트웨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재화들은 따로 사용했을 때보다 함께 사용했을 때 효용이 배로 증가하게 되는데 이를 보완재라 한다. 보완재의 경우 두 재화 중 하나의 가격이 오르면, 다른 재화의 수요가 감소한다. 이는 가격이 하락할 경우 특정 효용을 누리기 위해 투여하는 비용이 절감돼 다른 재화의 수요가 추가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른 보완재의 가격이 하락하면 관련된 재화의 수요가 증가한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기존 미디어들 역시 이러한 재화 간의 관계를 고민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은 신규 미디어에 많은 사람이 현혹될 때도 자신의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들을 신규 미디어와 상호 보완 관계에 놓이게 만드는 데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는 텔레비전의 등장이 기존 미디어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텔레비전의 등장과 함께 라디오는 자신들의 주요 독자층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텔레비전 방송국이 등장하자, 이전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송출했던 일부 라디오 방송국은 특정 지역의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라디오 방송국으로 탈바꿈하였다. 이로 인해 미국 전역에 대한 소식은 텔레비전을 통해서 얻고 자신들의 거주 지역에 대한 정보는 지역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얻는 행태를 유도하여 라디오는 여전히 귀 기울여야 하는 매체로 유지할 수 있었다.

초창기 텔레비전은 주로 성인과 가족 단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다. 성인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텔레비전의 성공은 라디오 방송사들로 하여금 새로운 수용자를 찾도록 압력을 가했다. 그 결과 라디오 방송사는 다른 집단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의 비중을 높여가기 시작했다. 라디오는 청소년에게 눈을 돌렸다. 우리는 누구나 사춘기 시절 부모님과 단절된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자신의 방에 있었던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이들은 라디오 방송국 입장에서는 소중한 대안이었다. 결국 많은 라디오 방송국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확충하기 시작하였으며, 그로 인해 일부 청소년들은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면 텔레비전을 끄고, 라디오를 듣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마저 이끌어냈다. 최근에 젊은 층이 좋아하는 라디오 DJ가 저녁과 심야 시간에 많이 배치된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라디오, 타 매체와 차별화

오늘날의 라디오 방송은 도로 상황을 전달하는 주요한 창구 역할을 한다. 모바일 시대에 라디오 방송에 더더욱 귀 기울이도록 만들 수 있는 대안은 거리에서 운전하는 수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운전 과정에서 교통 정보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운전으로 인해 TV 화면에 시야를 고정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라디오를 보다 선호하기 때문이다. 휴대폰으로 누구나 거리에서 TV를 볼 수 있는 모바일 시대에 자동차 운전자들이 없었다면, 과연 라디오 청취률이 얼마나 나올지 의구심이 든다. 짐작컨대, 라디오는 또 다른 신종 미디어가 등장하더라도 여기서는 얻을 수 없는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신종 매체와 함께 수용해야 하는 보완재로 변모하여, 자신들에게 관심을 보일 또 다른 청취자들을 찾아낼 것이다.

케이블TV, 지상파 틈새서 주목

케이블TV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출범부터 지상파 방송의 경쟁 매체로서 등장했다기보다는 지상파 방송이 도달하지 못하는 지역을 보완하는 매체로 도입되었다. 물론 가입자의 증가와 전국적인 서비스의 확립으로 전국적인 광고의 효용성이 인정되면서 일정 수준 지상파 방송과 경쟁관계를 보이기는 하지만 케이블TV의 본질은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는 유료 방송서비스일 따름이다. 따라서 케이블TV가 지상파 방송과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틈새시장에 보다 주목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케이블TV는 여러 분야의 전문 채널로 구성되어 있다. 바둑, 게임, 다큐멘터리, 영화, 패션 등 특정 분야에 보다 전문화된 내용을 송출하고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은 시청자를 유도하여 자신들만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TV가 24시간 동안 방영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이다. 케이블TV가 지상파TV의 대체재로써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지상파TV와 같은 시간대에만 방송을 송출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애초부터 지상파TV와 대결하고 싶지 않았다. 지상파TV 프로그램이 모두 종료된 이후 아무것도 볼 게 없는 시청자들을 케이블TV로 유도하고자 했다. 그래서 케이블TV는 지상파가 방송되지 않은 심야 시간에도 방영하는 것이다.

미디어 관련 많은 학자들은 새로운 미디어들이 자생적이고 자발적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미디어의 변형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천천히 등장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새로운 미디어가 나온다고 해서 기존의 미디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계속해서 존재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고 말한다. 기존 미디어가 자신들의 생명력을 연장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대체재와 보완재라는 경제적 개념이었던 것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 경제 용어 풀이 >

▨ 보완재

한 재화의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다른 한 재화의 수요가 증가하는 경우 두 재화의 관계는 보완재(complements)라고 한다.

▨ 대체재
한 재화의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다른 한 재화의 수요가 감소하는 경우 두 재화의 관계를 대체재(substitutes)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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