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鬼胎 :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 >
청와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이란 뜻의 ‘귀태(鬼胎)’에 비유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지난 11일 발언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사진)은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은 폭언이고 망언”이라며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은 오전 8시15분께 이뤄졌는데, 이 시간에 기자회견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청와대가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 수석은 “이제 취임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밤낮없이 외교와 안보, 경제살리기에 여념이 없는 대통령에 대한 야당 원내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의원이 그런 식으로 막말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망치고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이 민주당의 당론인지 묻는다”며 “야당은 국민과 대통령께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원내대변인이 준비된 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을 했기 때문에 단순한 막말 수준이 아니다”고 말해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이 ‘준비된 발언’임을 강조했다.
이 수석이 이틀 연속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을 실명으로 비판한 것은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이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에 시비를 거는 행동이라고 보고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최근 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지난 대선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는 등 박 대통령의 정통성을 문제삼고 있는데, 그 연장선상에 있는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을 계기로 이런 움직임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수석이 “대통령을 타도와 소멸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 같은 차원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격노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수석의 이날 회견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관측도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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