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재정을 건전화하려면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하고 국고 보조율을 재조정하는 등 국고 보조금 사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정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재정연구실장은 12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안전행정부가 개최한 ‘지방재정 전략회의 및 토론회’에 주제 발표자로 나서 “국가가 사업의 성격과 보조율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보조금 사업이 지방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예산 활용 효율성과 지자체의 자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서 실장은 “정부에서 받는 의존 수입 가운데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교부세보다 용도가 지정되고 지자체가 국고 보조금을 뺀 나머지 사업비를 부담해야 하는 보조금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고 강조했다. 2005년 교부세가 20조원, 보조금이 17조원이었지만 2009년에는 교부세 32조원에 보조금 34조원으로 역전됐다. 국고 보조금 사업은 같은 기간 359개에서 956개로 늘어났다.
서 실장은 “중앙정부가 부처별로 예산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비슷한 사업을 발굴하거나 기존 사업을 쪼개기 때문에 국고 보조금 사업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보조금 사업은 목적이 정해져 있어 지자체가 효율성보다 예산을 따내는 데 집중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 장수군에서는 건강장수특구사업(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교육부) 444억원(국비 233억원), 건강장수특구 내 건강장수농공단지사업(농림축산식품부) 70억원(26억원), 장류특구 내 장류벨리조성사업(농식품부·산업부) 1423억원(785억원), 지역연구진흥사업(산업부) 41억원(31억원) 등 비슷한 사업이 같은 시기에 이뤄졌다.
서 실장은 “중앙정부가 정책과 국고 보조율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지방 재정 부담이 커지고 정책 실현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정부의 영유아보육 정책 확대 과정에서 나타난 지방 부담 가중을 꼽았다. 영유아보육 전체 예산은 작년 4조6757억원에서 올해 6조9366억원으로 48% 늘었는데 그중 지자체 부담은 2조1818억원에서 3조4764억원으로 58% 증가했다.
‘저소득 장애인 지원사업’은 국고 보조율이 80%이지만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년후견인 지원사업’은 70%로 유사 사업이지만 보조율이 다르다. 또 ‘결혼이민자 지역일자리 취업연계 사업’의 국고 보조율은 2011년 100%에서 작년 80%로 일방적으로 낮아졌다.
토론자로 나선 강성조 충북도 기획관리실장은 “영유아보육과 같은 국가 본연의 업무를 결정할 때는 지자체와의 사전 협의를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호연 보건복지부 재정운용담당관은 “국고 보조 사업도 문제가 있지만 지자체에서도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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