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단어 노동계 '夏鬪'

입력 2013-07-14 17:20   수정 2013-07-15 01:10

통상임금·정년연장 쟁점에도 화물연대 등 시큰둥
현대·기아차 임단협이 변수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한시 파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요 완성차업체 노조가 빠지면서 올해 하투(夏鬪) 열기는 점차 가라앉고 있다. 통상임금 문제 등은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고 화물연대, 대중교통 노사관계도 안정화되고 있다. 다만 민영화 반대 파업을 조직하고 있는 철도노조, 교대제 개편 문제 등으로 예년보다 교섭 상견례가 늦어진 현대·기아자동차에서 8월 이후 노사분규가 생길 가능성은 남아 있다.

○금속노조 파업에 완성차업체 불참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가 최근 시작한 연쇄 한시파업에는 주요 완성차업체 노조들이 대부분 참여하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교섭 상견례가 예년보다 늦어져 노조가 금속노조의 파업 지침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노조는 교대제 개편과 관련된 특근 거부 문제 때문에, 기아차노조는 교섭 요구안에 대한 내부 이견 때문에 교섭 상견례가 각각 보름, 두 달 정도 늦어졌다. 노조는 교섭이 10회 이상 진행됐음에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 파업 절차에 돌입한다.

르노삼성노조는 최근 여섯 차례에 걸쳐 모두 46시간의 파업을 했지만 지난 8일 사측과 합의안을 도출하고 12일 조합원 투표에서 추인해 파업을 마무리지었다. 한국GM노조는 금속노조의 파업 지침에 맞춰 12일 파업했지만 이후 파업 일정은 금속노조와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통상임금 등 파업에 영향 없을 듯

통상임금, 정년연장 등 노동계에 큰 쟁점은 있지만 하투의 강도를 높이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통상임금은 물밑에서 소송이나 협상이 진행될 문제고 파업으로 연결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정년연장과 관련해서는 회사별 단협에서 시끄러울 수는 있겠지만 파업까지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교섭도 이르면 이달 말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마무리짓지 못하면 교섭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집행부 선거를 치르는 ‘사고교섭’이 되기 때문에 노조 입장에서도 교섭을 빨리 끝내길 원할 수밖에 없다. 사고교섭은 노조 집행부에게 불명예로 여겨진다.

그러나 여전히 노사 간 이견이 커 낙관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신쌍식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장은 “노조의 요구안이 모두 6개인데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특히 정년연장과 생산공정 및 상시업무의 정규직화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현대·기아차가 최대 변수

고용노동부는 철도노조를 올해 하반기 최대 변수로 꼽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철도산업위원회를 열어 철도 분할 민영화를 골자로 한 ‘철도산업발전방안’을 확정했는데 이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철도노조는 12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철도민영화 반대 범국민대회를 열고 “철도민영화를 중단하고 대국민 약속인 중장기적 철도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오현 고용부 노사관계지원과장은 “지금은 민영화의 그림만 그러놓은 상황이라 노조도 반대 여론을 조성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단계에 들어가면 시끄러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기아차 교섭도 하반기 주요 변수다. 현대차 노사는 9일 제11차 임단협 교섭을 열었으나 징계위원회 노사동수 구성 등에 대해 노사 간 공방만 주고받다가 끝났다. 기아차 노사도 같은 날 열린 임금 관련 1차 실무교섭을 열었으나 임금 인상 요구안(13만498원 인상)에 대한 이견이 컸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회사는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줬다는 입장”이라며 “추석 때까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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