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아방가르드의 기수 김구림, 서울시립미술관서 초대전

입력 2013-07-15 17:28   수정 2013-07-15 20:34





시대의 전위는 늘 외롭다. 새로운 예술 형식을 실험하고 기존 예술에 도전하는 것은 기성 예술과 대립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세간의 평가도 야박할 수밖에 없고, 때때로 작가의 생존권을 위협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그들을 비난하던 무리도 결국은 시대의 전위로부터 영감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시대의 전위 김구림 작가의 초대전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16일부터 10월1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관장 김홍희)에서 열린다. 이번 초대전은 서울시립미술관(SeMA)이 원로화가의 활동을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한 ‘세마 그린(SeMA Green)’ 기획전의 첫 행사다.

김구림은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채 독학으로 창작에 투신해 1960~1970년대 ‘회화68’ ‘A.G.그룹’ ‘제4집단’ 등을 이끌며 한국 전위예술의 흐름에 중요한 자취를 남겼다. 특히 회화와 조각 등 장르를 구분하는 완고한 풍토 속에서 해프닝, 설치미술, 보디페인팅, 대지미술 등 장르 해체 또는 ‘탈장르적’ 미술활동을 펼쳐 정체된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실험영화, 연극에도 손을 대는 등 전방위적 활동을 펼쳐왔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국내 최초의 실험영화인 ‘24분의 1초의 의미’. 1969년 처음 공개 상영 후 원본이 유실됐던 작품을 최근 16㎚ 필름으로 복원했다. 일관성이 없는 수백 커트의 장면들을 편집한 이 작품은 초당 24프레임으로 이뤄진 영화의 구조를 빌려 현대인이 처한 가파른 현실과 통제 불가능한 속도에서 오는 소외감을 표현했다. 27의 얼음 덩어리를 정사각형으로 쌓아 붉은 천으로 포장한 설치작품 ‘현상에서 흔적으로D’, 한국 최초의 일렉트릭 아트인 ‘공간구조’도 선보인다.

작가에게 작품에서 추구하는 바가 뭐냐고 묻자 “작가도 환경에 따라 변해간다. 시대가 처한 현실과 마주할 뿐이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할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고 답했다. 올해 76세인 그는 여전히 전위의 최전선에 서 있다. (02)2124-8928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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