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친구가 심각한 얼굴로 고민을 상담한 적이 있었다. 최근 소개팅을 한 남자가 얼굴도 나쁘지 않고, 키도 크고, 성격도 좋은데 딱 한가지가 걸린다는 것이었다. 행쇼의 걸림돌이 된 그 한가지는 바로 이름이었다. 왠지 '이지훈', '권한준' 등의 이름이 어울릴 듯한 비주얼에 '덕봉'이가 웬말이냐.</p> <p>이름이 무슨 상관이냐며, 이름 뜯어먹고 살 거냐고 친구를 다그쳤지만 '왠지 이름이 입에 안감겨. 얼굴이랑 매치도 안돼. 정이 안 가는것 같아'라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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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시대 써니, 사진=청춘불패 촬영 중(위) |
이처럼 이름은 그 사람의 이미지다. 같은 사람을 '써니'라고 했을 땐 밝고 통통 튀는 귀여운 이미지이고, '순규'라고 할 땐 왠지 순박한 느낌이 드는 것은 기분탓이 아니다. 2013년 7월 16일을 기준 184개에 육박하는 카카오톡 게임에서 보이는 게임 이름도 마찬가지다.</p> <p>게임톡 분석, 슈팅-러닝-히어로-다함께-팡 등 </p> <p>비슷한 이름 법칙, 순수 한글 이름 불과 47개</p> <p>카카오톡 게임을 둘러보면 '어? 이거 위에서 봤던 게임 아닌가?'라고 말할 때가 있다. 비슷비슷한 이름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비슷하게 겹치는 이름들에는 크게 '슈팅, 러닝, 히어로, 다함께, 모두의, 다같이, 팡' 등이 있다.</p> <p>우선 이름에서 장르를 대충 파악할 수 있는 경우는 '슈팅, 러닝, 히어로'가 들어가는 게임들이다. '슈팅'이 들어가는 '땡겨땡겨 슈팅카우'나 '슈팅 히어로즈'는 이름을 보자마자 무언가를 '쏘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슈팅카우의 경우 앵그리버드처럼 소를 튕겨서 쏘는 게임이고, 슈팅히어로즈는 미사일을 쏘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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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스몬게임즈의 '슈팅히어로즈' |
'OX런닝맨, 러닝독, 윈드러너, 쿠키런'등 '러닝'이 들어가는 경우 달리는 런게임이다. OX런닝맨은 달리면서 퀴즈를 푸는 게임이고, 러닝독과 윈드러너, 쿠키런 역시 캐릭터가 달리는 게임이다. '히어로'는 주로 RPG 장르에 들어간다. '포켓슈퍼히어로즈, 히어로즈워, 헬로히어로, 히어로메이커'는 모두 영웅 캐릭터를 키워 대전을 하는 게임이다.</p> <p>'다함께, 모두의, 다같이'는 소셜성을 강조한 게임인 경우가 많다. '다함께' 시리즈와 함께, '모두의 마블', '모두의 연금술사', '모두의 게임', '모두의 탕탕', '다같이 칼칼칼' 등 각종 장르의 게임이 있다.
여기에 은근한 노림수가 숨어있기도 하다. 엄마를 영어로 말하면 'my mom', 즉 '나의 엄마'다. 하지만 한국말에서 '나의 엄마'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우리 엄마'가 한국말에서는 맞는 표현이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너와 나'의 경계가 '우리'로 허물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함께, 모두의, 다같이' 역시 '우리'를 강조한 단어다.</p> <p>'다함께'의 경우 이제
CJ 넷마블의 '브랜드'가 되었다. '다함께'가 붙으면 일단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넷마블 게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함께 차차차'를 시작으로 '다함께 퐁퐁퐁', '다함께 쾅쾅쾅'등 시리즈를 히트시키며 '다함께 고고고', '다함께 삼국지'등으로 '다함께'에 대한 무언의 독점권(?)을 가졌다.</p> <p>'팡' 시리즈는 카카오톡 게임하기 전설의 시작을 알린 이름이다. '애니팡'은 귀여운 동물 캐릭터와 함께 '팡' 터지는 게임의 특징을 잘 살린 이름이다. 애니팡을 시작으로 각종 팡들이 나왔다. '캔디팡', '보석팡', '슈가팡', '매직팡' 등 11개의 팡들이 카카오 게임(2013년 7월 1일 기준)으로 들어있다.</p> <p>이는 '팡'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장르가 되었기 때문도 있지만, 이미 성공한 영화의 포스터를 비슷하게 만드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170여개의 카카오 게임들(2013년 7월 1일 기준) 중 '게임'과 대명사나 이름을 제외한 관대한 기준에서 오로지 47개만 순수한 한글 이름이고 그 외에는 모두 영어 이름이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물론 굳이 헤드셋을 통신 머리띠로, 시나몬을 계피로 말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한글 이름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씁쓸하기는 하다.</p> <p>인기 웹툰작가 이말년은 네이버에 연재했던 자신의 웹툰 '이말년 시리즈'에서 '이름 잘못지으면 골로 가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게임의 장르와 이미지를 잘 표현하면서도 창의적이고 입에 착착 감기면서 기억에 남는 네이밍 센스를 기대해본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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