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적인 장르의 해체와 새로운 조형성의 모색으로 압축된다. 그런 혁신적 움직임 중 하나는 움직이는 조각인 ‘모빌’의 등장이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18일부터 10월20일까지 모빌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뉴욕의 칼더재단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흩어져 있는 칼더의 대표작 118점을 한데 모은 것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열리는 칼더전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론턴에서 태어난 칼더는 스티븐슨공대 졸업 후 엔지니어로 일했으나 곧 미술로 진로를 바꿔 뉴욕의 아트스튜던트리그를 졸업했다. 1926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간 칼더는 그곳에서 낡은 일상적 오브제를 철사로 연결한 움직이는 철사조각을 선보여 ‘3차원의 드로잉’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1930년에는 기하학적 추상회화의 대가인 몬드리안의 작품을 보고 감명을 받아 추상미술로 전환했고 이듬해 움직임에 대한 관심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모빌’을 창안했다. 처음에는 크랭크와 모터를 사용했지만 이후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천장에 작품을 매달아 자유롭게 움직이는 새로운 모빌을 창안해 조각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놓았다. 작품을 올려놓는 좌대도 없고, 양감도 없는 그의 새로운 조각은 공간예술에 시간성을 도입함으로써 현대 조각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던 그의 미대 시절의 회화 작품부터 말년의 공공조형물에 이르기까지 칼더 작품의 전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초기 작품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모빌 탄생의 바탕이 된 철사조각 ‘미니어처 서커스’. 굵기가 서로 다른 철사들로 곡예사의 동작과 힘의 강약을 섬세하게 표현해 곡예의 긴장과 스릴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초기 모빌의 대표작인 ‘무제’는 철사에 생명체와 유사한 형태를 매달아 초현실주의 회화의 영향을 보여준다.
1940년대 대표작 중 하나인 ‘유칼립투스(도금양목의 상록수)’는 무게 중심을 정하고 균형을 잡는 모빌의 원리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시시각각 움직이며 변화하는 형태의 아름다움과 정적인 움직임을 절묘하게 형상화했다. 칼더가 말년에 몰두했던 공공조각의 하나로, 대형 철판을 잘라 볼트로 조립한 뒤 색을 입힌 스테빌 ‘쾌속’의 모형도 선보인다.
알렉산더 스터링 칼더 로워 칼더재단 대표는 칼더를 “현대미술의 새 장을 연 작가”라고 평가하고 “이번 전시를 통해 칼더의 창조성과 혁신성을 직접 느끼고 영감을 받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와 연계해 칼더의 작품 세계에 대한 특강과 큐레이터 토크, 가족 워크숍 ‘서로 기대어 서기’도 열린다. 일반 8000원, 초·중·고생 5000원. (02)2014-6901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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