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나, 사법부나…17일 제헌절에 법치를 생각한다

입력 2013-07-16 17:52   수정 2013-07-17 05:44

17일 제헌절에 대한민국의 법치를 생각하게 된다. 자유 민주주의를 골자로 하는 독립국가 헌법을 제정한 지 65년, 숭고한 법 정신과 참된 민주주의는 오히려 갈수록 실종상태라는 우려를 갖게 된다. 입법부는 제멋대로 법을 만들고, 사법부는 사법부대로 제멋대로 재판하며, 행정부 또한 갈수록 무한권력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법을 제정하는 국회부터가 문제다. 대중인기에 영합한 채 헌법정신에 맞지도 않는 포퓰리즘 입법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면서 법의 존엄을 희생시키고, 법을 정치에 굴복시키는 곳이 바로 국회다. 방망이를 두들기기만 하면 법이라는 식의 입법 횡포 속에 무소불위 막말 정쟁까지 일상화하는 국회는 법치의 파괴자요 상식의 이탈자라고 불러 마땅하다. NLL 논란은 국토수호의 의지조차 의심될 지경이요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을 유린하는 입법과잉은 권력 분립을 통째로 훼손시키고 있다.

법의 수호자 사법부도 오십보백보다. 입법만능의 국회 독주에 순치된 채 법원 고유의 권한과 의무까지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헌법에 어긋나는 엉터리 법률을 쏟아내도, 법적 이성을 이탈한 정치적 판결이 되풀이 되어도 오불관언인 무기력한 사법부다. 법정 밖에서 더 큰소리 내는 판사가 등장하고 막말 재판에다 사적 양심을 법적 양심과 혼동하는 정치 선동가까지 나타나는 것이 법원의 실상이다.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판사의 재량권까지 침해하는 특경가법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한마디도 못 하는 것이 지금의 사법부다. 민주주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할 법원마저 무기력, 무소신에 젖어 삼권분립의 민주적 권력구조를 지켜낼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 심각하다. 통상임금 등 일부 정치성 판결을 보면 국민이 언제, 어느 재판부에서건 동등하게 재판받을 권리 같은 것은 아예 사법부의 관심 밖인 모양이다. 그러니 사법연수생들조차 정치시위에 나서는 등 사법권력의 정치화, 부패화 현상까지 나타나는 것이다.

근래 헌법소원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법의 재발견이라기보다는 법에 대한 불복이요 입법에 대한 불신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법을 제대로 만들고 대한민국 법치를 지켜야 할 입법부와 사법부가 모두 제 위치를 벗어나고 있다. 법치주의 없이 사회와 경제를 선진화할 수 없다. 제헌절에 법치의 기본정신을 거듭 생각한다. 더 늦기 전에 법치의 기본질서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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