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이코노미 시대 上]유통 메가 트렌드…특명 "나홀로 손님을 붙잡아라"

입력 2013-07-17 13:37  


서울 여의도 모 증권회사에 다니는 '골드미스' 김소연씨(36·가명). 김 씨는 대부분의 식사를 간편식으로 해결한다. 하루에 3분의 2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고 집에 오면 피로가 몰려오는 데다 별도로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10평 남짓한 원룸에서 생활하는 그는 청소기 세탁기 등 대부분의 가전제품도 1인용 '미니' 제품을 사용한다. 가끔 주말에 백화점 등 쇼핑몰에도 다녀오지만 대부분의 물건은 온라인 쇼핑을 이용한다.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어서다. 혼자 사는 김 씨의 '편의주의' 생활패턴은 이제 더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1인 가구 수 증가는 유통 구조와 매출 순위를 싹 바꿀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향후 몇 년간 '나홀로 손님'을 붙잡으려는 유통채널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 (여민수 옥션 마케팅 상무)

"나홀로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요즘 외식업계의 최고 이슈다. 그래서 컵밥과 같은 아이템들이 창업 시장에 등장하게 됐다." (문정미 프랜차이즈 더컵 대표)

"1인 가구의 증가는 앞으로 20년 짜리 성장동력(모멘텀)이다. 1인 가구가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으로 자리 잡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병준 동양증권 연구원)

1인 가구가 주도하는 이른바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 시대가 열렸다. 1인 가구 수의 급증이 국내 유통업계 흐름을 확 바꾸고 있다. TV홈쇼핑뿐 아니라 온라인·모바일쇼핑에 이르기까지 온통 '나홀로 가구'를 위한 기획상품들이 잇따라 등장,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여기에 미혼 직장인을 겨냥한 창업 아이템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프랜차이즈 업계도 활력을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24시 편의점과 슈퍼마켓은 이미 1인 가구 증가 덕분에 고(高)성장을 보이며 기존의 '유통 공룡' 백화점과 대형마켓의 성장률을 뛰어넘고 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여성의 사회 참여 증가와 더불어 결혼연령 상승 그리고 고령화에 따른 독거노인 급증으로 1인 가구 수가 20년 전보다 3배 이상 불어났다. 1985년 6.9%에 불과했던 1인 가구 비율이 지난해엔 역대 최고 수준인 25.3%를 기록, 4가구 중 1가구 이상이 '나홀로 가족'인 것으로 집계됐다.

앞으로 20년 뒤인 2035년엔 3가구 중 1가구꼴(34.3%)로 1인 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 1인 가구의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전반적인 소비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이미 총가구 수의 31%가 1인 가구인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 상품과 즉석식품 등 개인 편의품목의 수요가 늘어난 데다 슈퍼마켓과 편의점 같은 소형 유통포맷이 급성장한 것이다.

박유미 미래에셋증권애널리스트는 "1990년 일본 내에서 생산된 간편식 제품은 약 2400만 개였지만 20년 만에 그 수가 5000만 개로 약 108% 급증했다"면서 "지난해 일본의 1인 가구수는 총 160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1% 수준으로 우리나라보다 약 20년 더 앞서간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중이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한다면 일본이 경험한 소비패턴 변화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병준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도 "일본도 '프리터족(고정적인 직업 없이 돈이 필요할 때만 일시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 같은 계층이 늘어나면서 1인 가구수의 증가를 불러왔다"며 "이러한 증가 추세는 단기 내 마무리 되는 성격이 아닌 장기적 추세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통가(街)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 역시 1인 가족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품목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매출이 해마다 40%가 넘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간편식과 로봇청소기 등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상품이 매분기마다 판매순위 1~2위를 다투는 등 사실상 최대 고객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형마트 역시 그간 구경할 수 없었던 낱개 상품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분위기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용량 구매패턴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여민수 옥션 마케팅실 상무는 "1인 가구 수 증가의 외적 변화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며 관련 상품군을 히트 상품 대열에 올려놨다"며 "이는 소비 지형을 바꿀 정도로 메가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창업 시장에서도 '나홀로 족'이 판매 타깃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간편가정식(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 산업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1인용 컵밥 업체부터 나홀로 먹을 수 있는 가게 구조로 꾸민 '꼬지사께' '청담동 말자싸롱'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국내 매장 수 12개를 거느리며 말레이시아 독일 등 해외로까지 진출한 문정미 더컵 대표는 "1인 가구들이 많아짐에 따라 HMR 시장이 커지면서 어디서나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 같은 라이프 스타일이 창업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성윤 꼬지사께 대표 역시 "일본의 경우도 점심 저녁을 가리지 않고 매장마다 혼자 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면서 "우리나라도 곧 이 같은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해 1인 고객들을 위한 테이블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소형 유통 채널의 성장도 예외가 아니다. 1인 가구 덕분이다. 현재 국내에는 10만 개의 일반 소매점과 2만4500개의 편의점이 있지만 이 비중은 전체 유통채널 중 4.2%에 불과해 일본(10%)과 태국( 8.5%)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병준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에서는 저녁이나 주말에 3~4인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가정의 모습으로 간주돼 왔지만 이제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수혜를 받는 기업들을 눈여겨 봐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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