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보는 데도 공부가 필요한 시대다. 요즘 어떤 연예인이 인기를 끄는지, 세대별 유행어는 무엇인지, 시대의 화두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등을 알아야 왜 그런 광고가 전파와 지면을 타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팔고자 하는 상품을 직설적으로 소개하는 광고 못지않게 이미지나 아이디어만을 툭 던지는 광고도 드물지 않아 어떤 회사의 제품 광고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광고를 즐기며 감동도 받고 “그땐 이런 광고가 화제였지”라고 정리할 수 있다면,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현대인이라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 한편 15초짜리 광고를 보는 데도 머리를 써야 하는지 피로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혜택을 듬뿍 담은’이란 의미가 읽혀, 이름을 잘 지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KB국민 혜담 카드’ 광고는 광고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고전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메시지 전달부터 형식까지 쉽고 편안하면서도 노골적이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따라서 광고를 보고 즐기고 기억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카드광고를 보며 ‘경쾌하고 부담이 없다’는 느낌을 받고, 더 나아가 ‘저걸 쓰면 이익이 많겠는데’라는 유혹을 받게 된다면 이보다 성공적인 광고가 어디 있겠는가.
티셔츠와 페도라 모자 등 캐주얼 차림의 로이킴이 기타를 치며 부르는 로고송은 단순한 멜로디에 “혜택을 내 맘대로 설계해 한 장에 담을 수 있고, 어디서나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의 반복이어서 귀에 쏙 들어온다.
그의 기타는 레고 블록처럼 나무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젊은이다운 발랄함이 강조된다. 전체 색조는 베이지를 기본으로 KB국민금융 그룹 로고 색인 노란색과 조화를 이루고, 기타의 몸판과 카드 색깔인 붉은 색으로 악센트를 주고 있다. 세 가지 색 모두 채도를 낮춰 차분하게 눈에 들어온다.
카드 종류가 워낙 많고 카드마다 내세우는 서비스가 다르다 보니 ‘카드 한 장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고 혜택도 많이 받을 수 있는 단순한 카드가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카드 쓰는 데 머리를 써야 하는 부담감이 크던 차에 카드 이용 빈도와 액수가 큰 쇼핑, 영화 관람, 해외여행, 외식 시 혜택을 듬뿍 누릴 수 있다는 원 카드 광고를 보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장면과 편집은 한 편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로이킴은 가장 자연스러운 시선 이동 방향인 오른쪽으로 걸어가며 대형마트, 영화관, 공항, 식당에서의 혜택을 노래한다. 쇼핑백을 멘 여자 친구의 행복한 표정, 안경을 끼고 영화를 보던 젊은 관객들의 놀라는 모습, 자녀와 쇼핑하는 주부의 환한 얼굴, 여자 친구와 식사를 마친 뒤 카드를 내미는 남성 등 배경 인물들은 로이킴의 등장과 노래에 자연스럽게 융화된다.
경쾌한 걸음걸이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로이킴에게 시선이 집중되다 보니 화면은 책장을 넘기듯 왼쪽으로 부드럽게 슬라이딩되는 것 같은데, 사실은 화면 전환이 자연스러워 그런 착각을 하게 될 뿐이다. 이런 움직임 끝에 비로소 카드를 주고받는 손이 클로즈업되고,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의 사람들이 등장하며 마무리된다.
화면 왼쪽 상단에는 KB금융그룹 혹은 KB금융카드 로고가, 중앙 왼쪽엔 언제 어디서나 무이자 할부와 할인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있어 제품의 주체와 내용을 일관되게 상기시킨다.
“이걸 써주세요” 식의 강요도, “고객을 사랑합니다” 식의 부담을 주는 억지 애교가 없는 편안하고 쉬운 ‘KB국민 혜담 카드’ 광고.
광고를 보자마자 카드를 교체하러 나가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카드를 발급받으면 언제 어디서나 혜택받을 수 있다는 점을 편안하게 각인시키는 광고다.
옥선희 <영화·방송 칼럼니스트>
◆제작 스토리 - 회사 직원 수십명 광고 속 모델로
‘KB국민 혜담II 카드’ 광고는 KB국민카드가 최근 몇 년간 유지해온 ‘국민생활의 힘’이란 기본 메시지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단 한장의 카드면 충분하다’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이 카드는 전 가맹점 0.8% 청구할인, 전 가맹점 2~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기본으로 영화, 놀이공원, 여행 등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광고는 ‘한 장으로 혜택받는 혜담 국민’이라는 메인 카피를 통해 이 카드가 지난해 출시한 ‘원카드 혜담카드’의 패밀리 브랜드라는 점을 명확히 알리고, KB국민카드가 원카드의 선두주자임을 보여주기 위한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있다.
작년에 출시된 KB국민 혜담카드가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별로 설계해 이용하는 선택형 원카드였다면, KB국민 혜담II카드는 이곳이 할인이 되는지 안 되는지 신경 쓸 필요 없이 전가맹점에서 할인과 무이자할부가 제공되는 내 지갑속 단 한 장의 올인원 카드이다. 광고는 이런 카드의 특장점을 노래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번 광고를 위해 제작된 ‘혜담송’은 소비자들이 CF에 몰입하게 하고 광고에 친근하고 부담없이 다가올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요소라는 평가다.
광고의 또 다른 특징은 KB국민카드 직원들이 광고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광고에 나오는 수십명의 모델은 다양한 부서에서 자원해 선정된 사내 직원들이다. 장시간에 걸친 촬영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하는 전문 모델 못지않은 모습으로 스태프들의 감탄을 자아냈다는 후문이다.
KB국민카드의 사내 직원들은 이번 KB국민 혜담II카드 광고뿐만 아니라 이전의 KB국민카드 광고에서도 종종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KB국민카드 광고를 눈여겨보게 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KB국민카드가 항상 국민과 함께 하며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브랜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광고를 통해 KB국민카드가 ‘국민생활의 힘’이 되는 카드란 이미지로 고객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고에 담긴 의미 - '원카드'로 불편 줄이고 서비스 혜택은 늘려
KB국민카드는 브랜드 모토인 ‘국민생활의 힘이 되는 라이프 디자이너’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 개발과 브랜드 체험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고객의 요구를 한 장의 카드에 수용해 합리적인 카드 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KB국민 혜담카드’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 4월 모든 가맹점에서 할인과 2~3개월 무이자할부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는 ‘KB국민 혜담 카드’를 내놨다. 이용자들이 업종별 할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 여러 장의 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고 ‘원 카드’의 혜택을 쉽게 누릴 수 있게 설계된 것이 이 카드의 특징이다. KB국민카드는 브랜드 정체성을 실현하기 위한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요리, 사진 등 평소 고객이 꿈꿔온 다양한 소망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위시 투게더’, 광고인의 꿈을 가진 이들에게 광고 제작에 참여하게 하는 ‘꿈꾸는 광고인’,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힐링 캠핑 프로그램 ‘엔돌핑’ 등이 대표적이다.
KB국민카드는 ‘국민생활의 힘’이 되기 위해 청소년, 노인복지, 환경, 글로벌을 4대 주제로 정하고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청소년 부문의 경제·금융교육은 이 회사의 핵심 사회공헌활동이다. 지난해에는 KB국민카드 임직원 320여명이 강사로 참여해 서울·경기지역 초·중·고 60개 학교, 98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고객이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전개해 KB국민카드의 브랜드 가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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