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기능보다 이미지를 강조하는 게 현대 광고의 보편적인 추세다. 광고 목표에 따라 이미지 또는 제품의 기능을 강조하기 때문에 이미지의 강조를 뭐라 탓할 일은 못된다. 하지만 이미지 위주의 광고가 너무 많아 어지간해서는 다른 광고에 묻혀버리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제품의 기능을 잘 보여주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놓치지않는 새로운 ‘삼성지펠 푸드 쇼케이스’편은 단연 돋보인다.
광고가 시작되면 “이것은 전에 없던 냉장고”라는 자막과 함께 냉장고 문이 열리고 닫히면서 “인케이스(incase)” “쇼케이스(showcase)”라는 말이 두 번 반복된다. 냉장고 문이 이중이라는 점을 더 구체적으로 알리기 위해 수박이나 닭 같은 식재료를 넣으면서 “재료는 신선하게 인케이스”, 수박을 잘라 보관함에 담아 넣으면서 “푸드는 찾기 쉽게 쇼케이스”라는 내레이션을 반복한다. 자막으로 쇼케이스에 있는 쿠킹존, 패밀리존, 키드존을 설명하고 “먹고 살고 사랑하고”라는 자막이 나오는 순간 모델 전지현이 “지펠이 또 처음인 거죠?”라며 반문하듯 한마디 거들며 끝난다.
제품은 늘 다시 태어난다. 그렇지만 그것이 정말 새로운 ‘신상’인지는 소비자들이 공감하며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때 광고에서 새로운 상품의 내용을 얼마나 잘 설명하느냐가 관건인데, 이 광고에서는 재료와 음식을 구분해 넣는 냉장고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간명하게 이해시키고 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인케이스와 쇼케이스를 분리한 이유를 주부들이 납득할 만한 상황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냉장고에 걸맞게 이전에 없던 제품의 차별적 기능을 색다른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의 성능을 강조하는 정통 광고 문법을 따르면서도, 다시 말해 이미지 대신 성능을 강조하면서도 첨단 고급 냉장고라는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한 듯하다.
이 광고가 지닌 또 하나의 성공 요인은 사회문화적 차원의 ‘혁신’ 코드를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찍이 혁신론자인 에버렛 로저스는 ‘혁신의 확산(Diffusion of Innovations)’ 이론을 제시하며 어떻게 혁신이 발생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회체계 속으로 확산되는지를 설명했다. 혁신이란 개인이나 채택 단위들이 새롭다고 인식하는 아이디어나 사물을 의미하는데, 여기에서 기술적 우월성만으로 혁신의 확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객관적으로 새롭다는 것보다 수용 주체가 새롭게 인식하는 자체가 더 중요하며, 혁신의 특성에 따라 채택의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삼성지펠 푸드쇼케이스 냉장고는 신라시대의 석빙고(石氷庫) 이후 냉장고가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지를 보여준 혁신적인 제품이다. 적어도 ‘푸드 쇼케이스’ 편 광고는 보는 소비자들에게 그런 생각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새로운 제품이 사회체계 속으로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빨리 확산될지는 혁신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렇지만 여자의 마음 속을 훤히 들여다보며 만든 것 같은 이 광고로 인해, 그리고 신제품이 나오면 사고 싶어 못 견디는 혁신자나 얼리어답터들의 입소문에 의해, 혁신의 확산 속도는 생각보다 빠를 것 같다. 앞으로 광고들도 보다 섬세한 감각으로 냉장고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브랜드 목표와 전략-냉장고 진화 ‘혁신’코드 내재
삼성전자 지펠이 올해 출시한 푸드쇼케이스 냉장고는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주방이 가족 구성원 모두의 공간으로 변해가는 라이프 스타일을 적극 반영한 제품이다. 엄마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구성원들이 냉장고 안의 음식들을 쉽게 찾아 먹기를 바라는 주부의 마음을 잘 담아냈다.
기존 냉장실을 인케이스와 쇼케이스 두 개로 나눠 인케이스 냉장실에는 사용 빈도가 낮고 부피가 큰 식재료를, 쇼케이스 냉장실에는 자주 먹는 음식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쇼케이스 냉장실은 가족 구성원에 맞게 쿠킹존, 패밀리존, 키즈존 등으로 세분해 음식을 종류별로 보관해 원하는 음식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인케이스 냉장실은 문을 자주 열지 않아도 되면서 재료를 더욱 신선하게,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됐다. 삼성 지펠은 1997년 국내 최초로 양문형 냉장고를 출시한 이후 17년 연속 국내 양문형 냉장고 1등 브랜드 자리를 지켜왔다. 혁신적인 기술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또한 주부들의 감성을 이해하는 브랜드 스토리로 프리미엄 가전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푸드쇼케이스 광고의 마지막 부분에 전지현이 “지펠이 또 처음인 거죠”라고 말하는 대사는 업계 리더의 위치에서 혁신을 통해 ‘처음’의 역사를 써 온 지펠의 역사를 대변해준다. 삼성 지펠은 변화된 생활패턴을 이해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고객에게 삶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모토를 내걸고 고객이 더욱 편리하고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는 냉장고를 만들어왔다.
덕분에 NBCI(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 10년 연속 1위, NCSI(국가고객만족도) 5년 연속 1위, GCSI(글로벌고객만족도) 9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제작 스토리- 토마토·수박 물방울…신선함 강조
제작진은 지펠 푸드쇼케이스가 냉장실을 ‘인케이스’와 ‘쇼케이스’ 2개로 나눈 새로운 카테고리의 냉장고란 사실과 ‘재료는 신선하게 인케이스, 자주 찾는 음식은 쇼케이스’에 보관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쉽고 편리하게 즐기는 새 로운 생활을 제시한다는 점을 알리고자 했다.
이를 위해 소비자들이 새 상품을 신선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시즐효과와 BGM(배경음악) 등 표현방법을 기존 냉장고 광고들과 최대한 차별화하려고 했다.
시즐효과란 청각과 시각 등 감각적인 요소를 강조해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법을 말한다. 냉장고 안에 있는 토마토와 수박, 생닭 등 식재료를 신선하게 보이도록 하는데 필요했다. 그것은 냉장고의 본질인 신선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제작진은 세계적인 시즐 촬영 전문팀을 초청했다. 이들은 토마토 촬영에만 3~4시간씩 걸릴 정도로 공을 들여 절제되면서 세련된 영상미를 담아냈다.
촬영팀 관계자는 푸드쇼케이스 냉장고로 바뀌는“가족의 편안한 삶을 보여주면서 인케이스에 보관하는 식재료와 자주찾는 음식을 쇼케이스에서 신선하게 보관해준다는 사실을 어떻게 함께 전달할 수 있는 지를 고민하다가 광고에 등장하는 식재료들을 최고로 신선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토마토와 수박 위의 물방울, 생닭의 미세한 표면과 소금의 질감까지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BGM은 ‘인케이스’와 ‘쇼케이스’ 두 공간이 귀로도 쉽게 구분되도록 박자감까지 고려해 선택됐다. 전체적인 멜로디는 비슷하지만 쇼케이스 음악이 약간 더 경쾌하게 느껴진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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