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일 사장의 벤처 정신…실리콘밸리 성공 안주 않고 잘나가던 회사 팔아 한국행
기술력으로 승부…'반값 공세' 美업체 제치고 1억5000만원 계약 따내
인재 유치 힘들어…스톡옵션 주고 싶어도 발행비 등 '손톱 밑 가시' 많아
원자현미경 제조업체 파크시스템스(사장 박상일·55)는 이달 초 호주 그리피스대와 1억5000만원짜리 원자현미경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작지만 의미는 컸다. 세계 최대 원자현미경 제조업체인 미국 브루커(bruker)의 ‘반값 마케팅’ 공세를 제치고 기술력만으로 계약을 따냈기 때문이다.
파크시스템스는 지난해 말엔 세계 최대 계측장비업체인 일본 히타치하이테크놀로지와 현지 판매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파크시스템스 제품을 수입해 일본에서 판매해주겠다는 계약이다. 전자·광학·원자현미경 등 나노 계측기 시장에서 1인자인 히타치가 외국 계측기업체 제품을 수입, 독점 판매하겠다고 계약을 체결한 것은 처음이었다. 박상일 사장은 “히타치가 우리의 기술을 인정한 쾌거”라고 말했다.
파크시스템스는 1997년 설립된 첨단 계측기 분야 국내 벤처기업이다. 설립자인 박 사장은 서울대 물리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을 나와 미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PSI)을 설립, 1985년 원자현미경을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벤처기업인으로 성공해 보고 싶다”며 연매출 1200만달러의 회사를 매각하고 귀국했다.
파크시스템스는 한국과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 135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이 중 연구개발 인력이 60여명이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국나노기술원에 있는 공장에서는 연간 80~100대의 원자현미경을 생산한다. 가격은 5000만원짜리 연구용부터 20억원짜리 산업용까지 다양하다.
생산 제품은 주로 국내 대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에 판매되며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25개국으로도 수출된다. 지난해 매출은 208억원(연결재무제표 기준), 연구개발비 등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10억원이었다.
외형은 작지만 저력이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시장의 성장성과 기술력 때문이다. 원자현미경은 반도체와 생명공학(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최첨단 계측기구다. 박 사장은 “아직 원자현미경 세계시장 규모는 2500억원에 불과한 태동단계”라며 “앞으로 10년 내 수조~수십조원 단위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력으로 이 시장을 지배하는 업체가 앞으로 첨단계측기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파크시스템스의 현재 시장 점유율은 10% 안팎이다. 1위인 브루커(40%)와 차이는 있지만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용락 파크시스템스 마케팅실장은 “파크시스템스는 원자의 10분의 1 크기까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가장 앞선 기술을 갖고 있다”며 “마케팅력만 보완된다면 앞으로 최소한 50년간 시장을 리드해 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도 최근 “파크시스템스는 첨단 기술력과 벤처정신, 시장 장악력 등 삼박자를 갖춘 보기 드문 벤처기업”이라고 칭찬했다.
가장 힘든 일은 기술인력 유치 문제다. 박 사장은 “미국에서는 벤처기업도 실력이 좋은 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없으나 한국에서는 간판(회사)을 따지다 보니 실력 있는 인력이 모두 대기업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톡옵션을 주고서라도 좋은 인력을 유치하고 싶지만 비상장기업도 스톡옵션 발행 비용을 모두 재무제표에 반영하도록 해 부담이 적지 않다”며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창조경제를 꽃피우려면 이런 손톱 밑 가시부터 뽑아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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