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교수가 이재용 부회장을 향해
"삼성, 소통하고 신뢰 쌓아야…비자금 의혹 제기했던 천주교사제단 얘기도 들어라"
함께 고민한 삼성
최지성 "기업 입장도 감안을"…이인용 "반대 얘기 듣는 취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열린 환경으로 나와 사회와 소통하고, 신뢰를 쌓아라.”
삼성이 ‘재벌 저격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17일 사장단 회의에 연사로 초청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30여명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경제민주화와 삼성-사회 속의 삼성’을 주제로 한 그의 쓴소리를 한 시간 넘게 경청했다.
강연을 마친 김 교수는 기자들에게 “삼성이 변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이 자신에게 강연을 요청한 게 처음이란 것이다. 그는 지난주엔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 임원을 상대로 강연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엔 있을 수 없던 일”이라며 “세상이 변하고 있고 재벌도 바뀌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세상 밖으로 나와야”
김 교수는 “나는 삼성의 적이 아니다”며 “삼성을 사랑하지만 방법이 다를 뿐”이라며 강연을 시작했다. 사장단이 박수를 쳤다. 덕분에 긴장은 다소 풀렸지만 강연은 날카롭고 직설적이었다. 그는 삼성의 놀라운 경영 성과에 대한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연결됐다고 봤다. 삼성이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온전히 편입되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용 부회장을 직접 겨냥했다. 김 교수는 “이 부회장이 열린 환경으로 나와서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재벌총수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 걸러진 정보만 갖고 세상의 한 면만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열린 환경으로 나오라’는 의미를 묻자 김 교수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찾아가서 말씀도 듣고 하라는 것”이라며 “진정한 리더십은 세상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2007년 삼성 법무실에 근무했던 김용철 변호사와 함께 ‘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곳이다.
◆“재계 변화 불가피”
경제민주화와 삼성의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과제는 재벌 개혁과 양극화 해소”라며 “재벌 개혁이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고 양극화 문제 해소는 경제민주화 본령”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진보 쪽은 출자총액제한제도, 순환출자 폐지 등 ‘구조 문제’에만 집착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잘못된 ‘행위 제재’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기업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 김 교수는 “재계의 변화, 삼성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며 “쉽게 말해 불법행위를 하면 감옥에 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에 참석한 최지성 실장은 김 교수에게 “최근 국회를 통과한 경제민주화 법안이 기업 입장에서 너무 세다”며 “기업 입장도 감안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김 교수를 초청한 것에 대해 “생각이 다른 쪽의 얘기에도 귀를 기울이겠다는 차원”이라며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거쳐 2006년부터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 삼성특검 사건 공판엔 증인으로 출석해 변호인단의 주장을 공박했다. 당시 맞은편 피고인석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있었다.
윤정현/김현석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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