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 12곳·시공사 1곳, 차명재산 드러나면 환수
채 총장 "혐의포착땐 수사"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집행에 나선 검찰이 17일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 주거지 12곳과 장남 재국씨와 관계된 회사 1곳 등 13곳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전날 압수수색에서 현금성 자산이 거의 발견되지 않자 전 전 대통령의 직계 가족을 넘어 친인척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친인척 등을 통해 차명 재산을 운용한 정황이 드러나면 해당 재산을 국고로 환수할 방침이다.
○친인척 주거지 추가 압수수색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추징금 집행 전담팀과 외사부(부장검사 김형준)는 이날 낮 12시께 수사진 90여명을 서울과 경기도 일대 13곳에 보내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서울 10곳, 경기 2곳 등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 주거지와 장남 재국씨가 운영하는 회사인 시공사 관계사로 알려졌다. 검찰은 은닉 재산 환수에 참고가 될 만한 회계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각종 문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이틀째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전 전 대통령이 친인척 명의의 차명 계좌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금융실명제법상 은행 계좌는 개설 때 실명을 확인하지만 해당 계좌로 계속 거래하면 실명 확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전 전 대통령이 강제 추징을 예상하고 미리 친인척에 현금성 자산이나 부동산 등을 넘겼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수사팀은 전날 서울 연희동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압류 절차를 집행하고 직계 가족의 주거지, 시공사 등 17곳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으나 현금성 자산은 거의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고(故) 이대원·박수근·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포함해 불상, 도자기 등 고가의 미술품 100여점을 확보, 전 전 대통령의 차명 재산인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팀 대폭 보강…해외은닉 자산도 볼 듯
검찰은 전담 수사팀을 대폭 보강하는 등 추징금 집행과 전 전 대통령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담팀은 18일부터 팀장이 기존 김민형 검사에서 김형준 외사부장으로 바뀌고, 외사부 검사 4명 전원이 투입된다. 공안1부 검사 1명, 부천지청 검사 1명도 추가 파견했다. 부장검사를 포함해 검사가 8명에 달하는 만큼 수사관도 20여명으로 확대했다.
검찰 관계자는 “목표 기간인 10월까지 성과를 내기 위해 수사팀을 보강했다”며 “외사부를 투입한 것이 꼭 해외 재산 때문만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그 부분도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동욱 검찰총장도 전 전 대통령 관련 수사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 수사팀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채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범죄 혐의가 포착되면 수사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다만 현행법상 본인 재산 여부 입증 책임이 검찰에 있기 때문에 얼마나 추징이 가능한지 파악하기까지는 멀고도 험한 길”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는 전 전 대통령의 1600억원대 추징금 시효가 올해 10월로 다가오자 지난달 공무원의 불법취득 재산에 대한 추징 시효를 늘리고, 제3자로부터도 추징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긴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제3자의 재산이 불법 재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유력한 정황이 있을 경우 당사자가 재산 형성 과정을 소명하도록 하는 안도 함께 추진됐으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 때문에 최종 조항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은닉 자산이 전 전 대통령 본인 것인지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전망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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