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서 싸게 사고 원하는대로 맞춤 주문까지…캠핑용품 공동구매의 진화

입력 2013-07-17 17:16   수정 2013-07-17 21:14

공장에 직접 제품 의뢰, 시중 보다 평균 30% 싸…캠핑·등산 동호회서 확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직접 디자인한 뒤 제조업체에 제작을 의뢰하는 ‘주문제작형 공동구매’가 캠핑·등산용품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가 공장에 직접 주문한다는 점에서 도매시장에서 단체로 구입하는 초기적 공동구매나, 운영회사가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 중 선별해 판매하는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보다 진화된 단체소비방식으로 분석된다. 유통과정을 생략, 매입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애프터서비스가 잘 안 되고 짝퉁제품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주문제작 공동구매’ 확산

회원 3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캠핑동호회 ‘캠핑 퍼스트’의 김동환 대표는 “요즘 보편화된 주머니 달린 캠핑용 의자는 몇 해 전 우리 동호회에서 직접 기획해 주문제작한 것”이라며 “15개 제품을 한꺼번에 디자인해 주문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마니아들 사이에 주문제작형 공동구매가 입소문을 타면서 주문을 도와주는 사이트도 늘어나고 있다. ‘인포캠핑’ ‘캠핑룸’ 등 10여개의 캠핑용품 공동구매 사이트들이 최근 1년 새 잇따라 문을 열었다. 제조업체들의 수지가 맞아야 하기 때문에 최소물량이 확보돼야 주문할 수 있다. 예컨대 텐트는 50명 이상, 침낭은 100명 이상의 구매자가 있어야 제조업체에 주문을 내는 식이다. 동호회 등에 가입해야 참여 자격이 있다.



○소비자가 버블 걷어내

기획 공동구매가 확산되는 것은 유명 캠핑용품 브랜드들의 비싼 가격에 대한 캠핑족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수요 증가로 가격이 꾸준히 인상돼 이마트의 캠핑용품 1인당 평균 구매금액은 올해 4만7931원으로 작년보다 10.1% 올랐다.

국내에서 인기 높은 일제 스노우피크의 경우 최소 장비만 갖추는 데 500만원, 필요한 장비를 모든 구입하는 데에는 1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문제작형 공동구매를 할 경우 평균 30%가량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실제 스노우피크에서 100만원대 후반, 코베아에서 100만원대 초반에 나오는 폭 5m50㎝, 높이 3m70㎝짜리 거실형 텐트를 공동구매하면 비슷한 품질의 제품가격을 60만원대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직거래를 통해 대리점이나 유통업체에 들어가는 비용을 없애는 것이다.

○짝퉁 양산 등 부작용도

한 캠핑동호회 관계자는 “극히 일부 이기는 하지만 유명 브랜드 제품의 디자인을 복사해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국내 제조공장에선 카피제품을 안 만들어주기 때문에 중국이나 인도네시아에 있는 공장에 의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원들에게 모방제품 주문은 불법이라는 점을 꾸준히 주지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또 주문제작을 한 제품은 AS가 잘 안 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형직 이마트 캠핑용품 담당 바이어는 “캠핑문화 도입 초기였던 2010년만 하더라도 ‘무조건 비싼 장비를 구입하고 보자’는 소비자들의 과시욕이 컸는데, 지금은 실속형 소비가 많이 정착됐다”며 “배달사고가 나거나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될 수 있다는 점 등은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종현/강진규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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