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상역·한세실업, 수주 물량 늘어 웃음
패스트패션이라 불리는 SPA(제조·직매형의류)가 붐을 일으키면서 국내에서도 ‘SPA 성공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토종 SPA들이 속속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가 하면 자라 H&M 유니클로 등에 납품하는 제조업체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한편에선 언더우드 같은 장수 브랜드들이 퇴출당하는 등 SPA로 인해 구조조정에 휘말린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토종 SPA 성공 주목
국내 SPA시장을 자라 H&M 유니클로 등 해외업체가 주도하고 있지만 후발주자인 토종 SPA 중에서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곳이 잇달아 출현하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는 신성통상 ‘탑텐’이다. 지난해 6월 서울 대학로에 1호점을 낸 이후 1년 만에 매장이 52개까지 늘었다. 올해 매장 80개, 매출 1300억원이 목표다. 이 회사 박희찬 과장은 “지난 5월 월단위로는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지난달엔 영업이익률이 10%에 달했다”고 말했다.
신성통상은 본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이었지만 SPA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직접 사업에 뛰어든 경우다. 작년 3월 탑텐사업부를 꾸리고 석 달 만에 첫 매장을 열었다. 탑텐은 티셔츠가 7900원, 바지는 1만4900원부터 시작하는 등 옷값이 유니클로보다 20~30% 싸다. 전체 의류의 60% 이상을 미얀마에 보유한 자체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기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랜드도 “2009년 출시한 ‘스파오’가 국내에서 올 초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2010년 출시한 ‘미쏘’도 3분기 안에 흑자 전환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스파오와 미쏘는 유니클로 대비 평균 10~20% 저렴하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출시한 ‘에잇세컨즈’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자회사(개미플러스유통) 형태로 운영해 오던 SPA 사업을 본사에 합병하기로 했다.
○납품업체 희색
세아상역과 한세실업은 2011년부터 유니클로, 자라, H&M, 망고 등에 잇달아 의류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OEM·ODM 방식으로 옷을 만들어 공급하는 의류수출 전문업체다.
2011년부터 H&M 등에 납품을 시작한 세아상역은 2년 만에 전체 매출의 12%인 약 1억5000만달러어치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베트남공장 등에서 물량을 생산한다. 한세실업 역시 생산량의 5%인 5000만달러어치를 해외 SPA에 납품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해외에서 생산한 물량을 국내는 물론 유럽, 미국 등의 SPA업체에 공급한다. 김상률 한세실업 경영기획팀장은 “일단 거래를 트면 장기적으로 물량을 늘려가는 해외 SPA 업체의 특성상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니클로의 한국법인 FRL코리아에 투자한 롯데쇼핑은 배당수익이 쏠쏠하다. FRL코리아는 2004년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지분 51%)과 롯데쇼핑(49%)이 공동 설립한 회사다. 롯데쇼핑은 FRL코리아에 세 차례에 걸쳐 총 117억여원을 출자했는데, 2011년부터 총 152억여원을 배당받아 투자금을 이미 모두 회수했다. 유니클로의 한국 매출이 연평균 60%씩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상당한 수익을 더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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