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키코상품 폭리" vs "中企, 손실액 과장"

입력 2013-07-18 17:27   수정 2013-07-19 03:16

대법원 공개 변론…오는 10월께 판결


“은행들은 키코(KIKO) 상품 판매 당시 적극적인 기망 행위를 했습니다.”(기업 측 소송대리인 김성묵 대륙아주 변호사)

“기업들은 환율 상승으로 인해 얻은 환차익은 얘기하지 않고 손실만 주장하고 있습니다.”(은행 측 소송대리인 백창훈 김앤장 변호사)

1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키코 공개변론 현장. 이곳에서는 2008년 키코 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업과 은행 측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키코는 환율이 미리 정해둔 하한선 밑으로 떨어지면 계약이 무효가 되고, 상한선 위로 올라가면 약정액의 1~2배를 물어내야 하는 고위험 금융상품이다. 키코 소송은 지금까지 440건이 제기됐다. 이 중 판결이 나온 202건 가운데 37건은 기업이 일부 승소했고 나머지 165건은 은행이 이겼다. 2심에서는 현재까지 77건에 대한 선고가 나왔으며 그중 44건은 은행이 승소했다. 대법원에는 63건이 계류 중이다.

이날 공개변론은 수산중공업, 세신정밀, 모나미가 제기한 상고심 사건 3건에 대해 이뤄졌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키코 사태는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가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개변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업 측 변론을 맡은 김용직 KCL 변호사는 “은행은 기업 쪽이 특정 환율에 달러를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과 은행 쪽이 달러를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의 가치가 같은 ‘제로(0) 코스트’ 상품이라고 설명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콜옵션의 가치가 풋옵션의 가치보다 훨씬 높아 은행이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은행 측 변론을 맡은 백창훈 김앤장 변호사는 “은행의 기망 행위가 없었으며 콜옵션을 행사해 수수료 이외의 별도 이익은 얻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설명의무 위반과 불공정 거래 여부도 논란거리였다. 김 변호사는 “상품 위험성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불완전 판매라고 시인하는 금융인도 많다”고 말했다. 또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은행이 독점적 정보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고객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백 변호사는 “기업 측은 키코에 대해 ‘예측 불가능한 위험성’ ‘잠재적 위험성’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막상 그런 위험성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키코 계약 가입 기업들이 외화자산도 함께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며 “환율이 상승할 때 외화자산에서 발생하는 환차익을 고려하면 실제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5년간 이어진 키코 소송은 오는 10월께 대법원 판결에서 가려진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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