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하이스코 등
"시장 교란 시킨다" 우려
후판과 열연 제품에 이어 중국산 냉연강판 수입이 크게 늘면서 철강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저가 중국 제품 수입이 늘면 국내 시장을 빼앗길 수 있어서다. 열연 제품을 가공해 만드는 냉연강판은 자동차 차체와 가전제품의 외장재 등으로 쓰인다.
19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중국산 냉연강판 수입량은 48만6900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 증가했다. 냉연강판 내수 판매 시장의 20% 이상을 중국산이 차지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냉연강판 수입 규모가 100만을 웃돌 전망이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냉연 제품 수입 증가 속도가 워낙 빨라 중장기적으로 국내 철강업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냉연강판 중 아연용융도금강판의 수입량은 상반기 33만1592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7.2% 늘었다. 이 강판은 아연으로 도금해 만드는 제품으로 포스코 현대하이스코 동부제철 등이 생산한다. 한국GM 등 국내 차메이커들이 중국산 아연도금강판을 사용하면서 수입이 늘고 있다는 게 철강협회 분석이다.
상반기 중 전기강판 수입량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6% 늘어난 7만2860을 기록했다. 특히 5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49% 늘어난 1만6610이 수입됐다. 이 제품은 가공할 때 철판에 전기적 성질을 띠게 하는 물질을 입혀 변압기, 자동차용 모터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경기침체로 자동차 부품업체, 변압기 제작업체의 채산성이 악화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중국산 사용 비중을 늘린 결과로 보인다. 국산 냉연강판의 시중 유통가격은 90만~110만원인 반면 중국산은 70만~80만원 수준이다.
포스코 현대하이스코 등 냉연 메이커들은 열연과 후판처럼 중국산 저가 냉연강판이 시장을 잠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조선경기가 악화하기 시작한 2009년부터 국내 조선업체들은 값싼 중국산 후판의 사용량을 크게 늘렸다. 이에 따라 포스코 동국제강 등 주요 후판 생산 업체들은 조선업체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점차 주도권을 잃어갔다.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수입 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관련업체들은 하반기에도 내수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하반기 고부가 제품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중국에서 수입된 냉연강판이 국산으로 둔갑해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등 시장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포스코 관계자는 “전기강판 등 고부가가치 품목 위주로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해 최종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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